"숨가빴던 행보, 또다른 진보를 위해 잠시 쉬어가자" '멈춤'의 의미를 예술적 관점에서 되새기는 '2002 광주비엔날레'가 29일 개막, 6월 29일까지 석달간의 일정에 들어간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광주비엔날레에는 세계 31개국 작가 328명이 참가해 주제 '멈_춤, P_A_U_S_E, _止_'에 대한 예술적 해석과 발언을 다양하게 시도한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이사장 김포천)와 광주광역시(시장 고재유)는 29일 오전 10시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윤형규 문화관광부 차관 등 관계 인사 1천여명이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을 열어 전시일정을 시작한다. 개막식은 김대중 대통령의 영상메시지, 김포천 이사장의 대회사, 윤형규 차관의 축사 등으로 진행된다. 주최측은 공동 큐레이터제 도입, 프로젝트 단위의 전시 통합화를 통해 비엔날레의 새 전형을 만들어낸다는 계획 아래 내용과 형식에서 과거와 다른 변화를 꾀했다. 대회 주제 '멈춤'에는 숨가쁘게 달려온 속도를 일시 제어함으로써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계기로 삼자는 뜻이 담겼다. 이는 세 차례를 치른 광주비엔날레가 제2의 도약을 위해 잠시 모색기를 갖는다는 의미도 띤다. 성완경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본전시와 특별전으로 분리하던 기존 방식을 과감히 지양함과 동시에 아시아와 유럽의 힘과 정신을 표출해 미국으로 대변돼 온 현대미술사에도 제동을 걸어 문화 헤게모니를 파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모두 4개 프로젝트로 꾸며져 주제의 긴밀한 연관성을 관철하게 된다. 핵심은 중외공원 광주비엔날레관의 제1-4전시실에서 열리는 '프로젝트 1'로 성완경 감독과 카를 에셔 스웨덴 말뫼 현대미술센터 디렉터, 후 한루 상하이(上海)비엔날레 전 예술감독이 공동 큐레이터로 나선다. 외국작가 207명을 포함한 참여작가 231명은 현재의 사회문화현상을 반성하며 그 대안을 예술적 언어로 모색한다. 이 프로젝트는 각국 대표가 참가하는 27개 '대안공간'과 그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18개의 '파빌리온' 그리고 53명의 작가가 대안공간과 파빌리온 사이에 파고드는 '개별작가' 코너로 구성된다. 한국과 중국 건축가 두 명이 전체공간을 함께 꾸며 건축공학적으로 최적의 관람 동선이 되도록 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덴마크 작가 미셜 엘름그린과 잉가 드락셋은 스위스 취리히의 파괴된 건물 파편을 옮겨와 파빌리온에 설치, 공간의 파괴와 이동에 담긴 의미를 추적하고 이스라엘예술그룹 디지털 아트 랩은 다섯 개의 영상공간 작품을 대안공간에 내놔 현대미술과사회공동체의 관계망을 더듬는다. 개별작가로 참여하는 터키의 에스라 에르센은 초등학생 30여명에게 터키 학생복을 입히는 퍼포먼스와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비엔날레관 제5전시실에서 열리는 '프로젝트 2'의 주제는 '저기:이산의 땅'이다. 민영순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 교수가 큐레이팅을 맡아 해외교포작가 24명이참가한다. 한국인 이산의 과거와 현재를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로 보여줌으로써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프랑스 거주 김주영씨의 경우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강제이주 대장정을 작품화한 퍼포먼스 를 내놓는다. 전시명칭 '집행유예'의 '프로젝트 3'은 국내작가 51명의 작품으로 광주민중항쟁의 현재적 의미를 캐묻는다. 장소는 광주시내 상무지구에 위치한 5.18 자유공원. 이곳은 광주민중항쟁 당시 법정과 영창이 있었던 장소로 복원된 헌병대와 법정, 영창,내무반 등 화석화한 공간들에서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다. 정기용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큐레이터로 나선 '프로젝트 4'는 '접속site-off-sight' 명칭 아래 광주 도심을 관통하는 10.8km의 폐선철도 자리에서 열려공공미술의 한 전형을 제시할 예정이다. 국내작가 4명과 외국작가 18명이 참가, 폐선 터가 예술공원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밖에 경축공연, 미술실기경연, 국제학술회의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린다. 광주비엔날레는 광복 50주년과 '미술의 해'이던 1995년 '경계를 넘어' 주제로 처음 개최된 이래 97년과 2000년에 '지구의 여백' '인+간' 주제로 열렸다. 홈페이지는 www.gwangju-biennale.org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