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인 박씨는 어명을 받들라" "어명? 그래 내 짐작이 맞았구먼.전하께오서 나를 대궐로 불러올리시는 어명을 내리신게야" 지난 19일 오후 용인 민속촌. SBS TV 인기사극 '여인천하'에서 '작서의 변'으로 귀양가 있는 경빈이 사약을 먹고 죽음을 맞는 장면(1백23회 4월8일 방송분)의 촬영이 시작됐다. 촬영 준비를 하라는 김재형 PD의 우렁찬 소리가 들려오자 경빈 역의 도지원(36)은 외투를 벗고 소복을 입은 채 방안으로 들어갔다. 어명이라는 소리에 자신을 다시 궐로 부르는 것으로 생각해 웃으며 나온 경빈.하지만 수많은 군사들의 비장한 표정과 병사들의 손에 들린 물건들을 보고 뭔가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금부도사,저 상자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 사약이 내려지지만 경빈은 이를 집어 던진다. 그러자 금부도사는 퍼먹이라고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군사 둘이 경빈의 양팔을 잡고 한명이 고개를 젖힌다. 바가지로 퍼서 입에 붓지만 경빈은 심하게 저항하며 굳게 입을 다문다. 이내 입은 억지로 벌려지고 병사는 사약이 들어 있는 항아리를 들어 경빈의 입에 마구 쏟아 붓는다. 경빈의 눈 앞엔 자신의 죽음에 기뻐하는 중전과 난정의 환영이 어른거린다. "중전 난정,이년들 내 저승에 가서라도 너희 두 년을 잊지 않을 것이다" 도지원은 얼마전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촬영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촬영 내내 핏발이 선 얼굴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경빈의 마지막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마지막 그녀의 얼굴에 뿌려진 사약은 김빠진 콜라.제작진은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자그만치 9ℓ나 되는 콜라를 사용했다. 촬영이 끝났을 때 현장에 있던 제작진들과 기자들은 일제히 우렁찬 박수로 도지원의 열연에 찬사를 보냈다. '뭬야'라는 유행어를 퍼뜨리면서 이 사극의 인기를 이끌어오던 도지원은 "시원섭섭하다"며 마지막 촬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그는 "경빈이 죽은 후에도 '여인천하'의 인기가 끝까지 높았으면 좋겠다"며 "이제는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역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