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 한 명이 미친 사람처럼 소리 지르던 게 기억납니다. 모든 것을 향해 발포하라! 모두 사살하라!(Fire on everything.Kill'em all)"(한국전 참전 용사 조 잭먼의 증언) 영국 BBC가 제3자의 시각으로 미군의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Kill'em All'이 방송된다. EBS TV의 시사다큐 '움직이는 세계'는 지난달 영국에서 방송됐던 이 다큐멘터리를 오는 27일 오후 10시 'BBC특별다큐멘터리-노근리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내보낸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99년 AP통신의 조사팀들에 의해 전모가 밝혀져 세계 언론의 화제가 됐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을 '사실'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당시 참전했던 미군들의 인터뷰를 비롯 미군명령과 기록 일지들을 통해 이 사건을 우발적인 것으로 돌려버리려고 했던 미 국무성의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사실들을 제시한다. 한국전쟁 참전 미군들은 대부분이 2차 대전 후 일본에 주둔 중이던 병사들이었다. 이들은 2주일간 훈련을 받고 도쿄를 떠나 급히 왔기 때문에 전선에서 계속 패했다. 이후 인디언 토벌로 악명을 떨친 '제7기병대'의 후신 '제7기병연대'가 한국에 오지만 이들도 북한군에 밀린다. 또 다른 문제는 피란민들의 행렬이었다. 미 지휘관들은 북한군들이 민간인 피란행렬을 이용할 것을 두려워했다. 이 때문에 피란민을 적으로 간주하라는 작전 지침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 다큐멘터리는 공개한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도 밝혀낸다. 미 국방부는 제7기병연대가 민간인에 대한 발포명령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하지만 당시 문서는 '어떤 피란민도 전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당시 미8군의 노선이었음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의 노근리 사건 은폐의혹도 제기한다. 제7기병연대의 통신기록이 미 정부 문서보관소에서 사라졌으나 미 국방부 보고서는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 통신기록에는 민간인에 대한 발포명령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