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는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성장해 '거품'이 꺼지듯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11일 `한국 영화산업의 선순환 구조와 발전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영화 성장의 원동력인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영화산업은 지난 99년 「쉬리」의 흥행으로 재도약기를 맞은후 2000년 「JSA」, 2001년 「친구」로 이어지는 `대박' 행진을 하면서 재도약기를 맞고 있다. 이는 각 분야의 전문인력 유입과 `386 세대'로의 감독 교체, 과감한 투자와 함께 적절한 시나리오와 배우 선택이 효과를 본 데 힘입은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을 활용한 마케팅, 멀티플렉스 극장의 성행, 관객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요인이 상승작용을 함으로써 가능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 97년이후 몰락하고 있는 홍콩의 영화산업이 보여주듯이 동일한 소재와 인물을 내세운 진부한 영화가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고 관객 수가 감소하면서 제작비는 상승하지만 수익성이 악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곧 투자의 위험이 커지고 외국의 자본이나 인력이 이탈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함과 동시에 자국영화 점유율 하락에 따라 투자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영화는 수요 차원에서 ▲수출을 통한 활로 개척 ▲DVD 등 부가판권의 개척 ▲멀티플렉스극장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고 공급 차원에서는 ▲고급인력의 지속적인 유입 ▲다양한 소재의 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영화 수출시장은 문화적 친밀성이 높은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를 우선 대상으로 삼아 공통적인 정서와 문화를 소재로 작품을 제작하고 역내 스타를 배출하는 등성공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도 동북아 배급시스템을 구축하고 거대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는 대자본 기업이 출현하는 한편 국내 감독의 해외영화 제작 또는 지분 참여 등 해외 진출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