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또는 아나운서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각종프로그램의 내레이션에 가수, 탤런트, DJ 등 다양한 분야의 연예인들이 뛰어들고 있어 방송가의 화제가 되고있다. SBS는 5일부터 '스타가 직접 관찰하고, 전달하는 세상 이야기'라는 모토의 리얼리티 프로그램「트루스토리」(매주 화요일 오후 7시 5분)를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이 눈길을 끄는 것은 탤런트 신애라, DJ 배철수, 전문MC 허수경 등 3명의 연예인이 각자 한 코너씩을 맡아 내레이터로 나섰다는 것. 이 프로그램은 '신애라의 시추에이션 다큐', '배철수의 트루스토리', '허수경의 밀착 6㎜ 인간탐구' 등으로 구성됐으며, 각 코너가 방송될 때마다 내레이터의 캐릭터를 살린 컴퓨터 그래픽이 화면 하단에 뜨면서 친근감을 높여줬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 남상문PD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프로그램에 색깔을 입히기 위해 성우가 아닌 연예인을 내레이터로 기용했다"며 "오디오가 좋은 연예인들을 섭외했기 때문에 녹화 당시에도 별 문제가 없었으며, 시청자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남PD는 또 "각 코너별로 내레이터의 이름과 캐릭터를 명확히 살리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라며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연예인을 내레이터로 기용하는 경향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늘어날 것 같다"고 예측했다. 또 SBS 주말오락프로그램「쇼!일요천하」(매주 일요일 오후 6시)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한일합작의 '라스트 스테이지'는 록가수 윤도현이 내레이션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풋풋함을 안겨주고 있다. 가수를 지망하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동아시아 지역을 돌아다니며 갖가지 새로운 체험을 겪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코너는 윤도현의 내레이션과 함께 더욱 현실감을 전해준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대체적인 평가.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 김태성PD는 "윤도현이라는 록커의 거칠고 황량한 이미지를 코너에 투사시키기 위해 내레이터로 기용했다"며 "전문 내레이터보다 기술적인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이 또한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같은 시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SBS는 지난해 여름 방송된「토요일은 즐거워」'해양구조단, 친구'에서 배철수씨에게 내레이션을 맡겼으며, KBS와 MBC 또한 휴먼다큐프로그램「인간극장」과 공익성 다큐프로그램에 각각 탤런트 양희경과 최불암을 내레이터로 기용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모두 일과성에 그쳤다는 점에서 최근의 흐름과는 다른 점이 있다. 이같은 경향에 대해 관계자들은 눈여겨 볼만한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정된 숫자의 내레이터 전문 성우들이 이 방송 저 방송에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식상감을 안겨줬기 때문에 신선함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전문 내레이터들에 비해 표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각 방송사의 제작진은 연예인을 과감하게 내레이터로 기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 TV제작2국의 김엽 차장은 "각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는 캐릭터의 연예인을 내레이터로 기용한다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며 "연예인의 목소리가 프로그램에 녹아서 얼마나 맛깔스럽게 시청자에게 전달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