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엽부터 1960년대까지 1백년간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0인의 작품을 보여주는 '격조와 해학:근대의 한국미술'전이 지난 1일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개막됐다. 추사 김정희,오원 장승업,북산 김수철,석창 홍세섭 등 조선말기 대가를 비롯해 청전 이상범,소정 변관식,김환기 박수근 김종영 이중섭 장욱진 박생광 등 근대미술의 대표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됐다. 삼성미술관이 92년 근대미술 명품을 선보인 '한국근대미술명품전' 이후 10년만에 개최하는 대규모 근대미술전이다. 이번 전시는 특히 김정희 장승업 등의 고미술품과 박수근 김환기 등 근대작가 작품을 한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삼성미술관 김용대 책임연구원은 "우리 근대미술의 시점은 1910년 전후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근대정신의 발현에 초점을 두고 문예사적으로 변화가 일어난 19세기 중엽까지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근대 정신과 정서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는 '격조' '창의' '해학' 등 세가지 주제로 접근했다. 문인화의 '격조' 정신은 김정희에 이르러 새로운 화풍을 꽃피웠다. 형식은 서예지만 정신은 현대미술과 맥을 같이한 문인화는 조희룡 이하응 민영익을 거쳐 근대 후기까지 이어져 김환기 서세옥 유영국 김종영의 작품에서 현대적으로 변용됐다. 이번 전시에선 김정희의 19세기 작품인 '죽로지실(竹爐之室)',김환기가 60년대 뉴욕에 체류할 때 그린 '에코'시리즈,유영국의 '산'시리즈를 통해 이를 살펴볼 수 있다. 박수근과 소정 변관식은 당시 유행하던 화풍에서 동떨어진 '재주'가 없는 작가였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발돋움한 것은 남들과 다른 독특한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의력의 뿌리는 개성 있는 구도와 표현으로 자연과 인물을 독자적으로 재해석한 19세기의 김수철 홍세섭 장승업에 근간을 두고 있다. 김수철의 '화훼도',홍세섭의 '영모도' 등이 출품된다.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미'는 고구려 고분벽화나 고려 불화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미술에서는 무당을 소재로 한 박생광의 채색화,벽화기법을 입체파적으로 재구성한 박래현으로 이어지고 장욱진의 천진난만한 그림과 김기창의 '바보산수',이중섭의 '은지화' 등에서 시·공간을 뛰어넘은 정서의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5월 12일(월요일 휴관)까지.(02)771-2381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