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영웅" 무하마드 알리는 "불굴의 자유혼"이다. 그의 복싱은 백인 지배체제에 대한 저항의 언어였고,드센 입담은 어떤 권력앞에도 주눅들지 않는 분노와 용기의 표출이었다. 링위에서 그는 스스로를 창조한 명배우였고,관중들을 열광시킨 스타였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명언은 권투역사에 길이 남아 있다. 영화 "알리"(마이클 만 감독)는 그의 이런 면모를 부각시킨 전기물이다. 그는 통산 61전56승37KO 5패의 화려한 전적에 복싱사상 최초로 헤비급타이틀을 3회나 획득했고 탁월한 재담과 카리스마로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누렸다. 영화는 1964년 알리가 소니 리스턴을 KO로 누르고 챔피언에 등극하는 모습부터 1974년 조지 포먼과의 타이틀매치 모습까지 알리의 전성기를 조망한다. 소니 리스턴,조 프레이저,조지 포먼 등과의 권투 장면은 땀방울,거친숨소리와 펀치가격소리가 충실하게 화면에 표현된다. 동시에 60년대 흑인 인권운동에서 알리의 위치,애정편력도 함께 훑는다. 알리는 무장항쟁을 내세운 흑인과격인권운동가 말콤X의 영향을 받아 "백인예수"를 저버리고 이슬람교로 개종한다. 카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란 원래 이름도 "백인이 준 노예의 이름"이라는 이유로 무하마드 알리로 개명한다. 조상을 버린 언동이란 비난에 대해 그는 "링 위에서 내가 나를 만든다"고 대꾸한다. 영화는 인종차별문제에 대한 알리의 경험과 함께 권투연습과 실제경기 등을 맞물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챔피언에 오른 그는 베트남전 징집 거부로 정부와 정면충돌한다. "베트남인들은 나를 깜둥이(니그로)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는 "백인정권의 전쟁에 제물이 되지 않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는 챔피언벨트와 여권을 박탈당하지만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첫 아내와의 결별도 백인처럼 머리를 편 아내와의 다툼에서 비롯한다. 남다른 자의식은 "흑인의 고향" 아프리카에 애정을 보인다. 32살의 노장 알리는 24살의 조지 포먼과의 세기적 대결을 자이레의 킨사샤에서 갖는다. 해방에의 신념을 전 흑인들에게 심어주려는 의도다. 그의 분방한 행동도 인간적 매력이다. 생방송도중 권투 해설자의 가발을 들춰보고,기자회견장에서도 상대방 선수에게 입담을 늘어 놓는다. 흠씬 두들겨맞고도 라운드걸에게 윙크를 던지는 여유에선 인간미가 물씬하다. 화면에 깔린 재즈와 리듬앤블루스는 해방과 자유 정신을 한층 고취시킨다. 윌 스미스가 20kg정도 몸무게를 불린 뒤 체력훈련을 통해 헤비급복서의 몸을 만들었고 "떠벌이" 알리 특유의 억양마저 익혀 재현한다. 덕분에 그는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알리와 평생 우정을 나눈 백인 권투해설자 하워드 코셀역에는 영화 챔프의 주연 존 보이트가 맡았다. 그러나 알리의 숨겨진 면모를 기대했던 이들은 다소 실망할 것이다. 익히 알려진 사실을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1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