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화 두 편이 1일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된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칸다하르"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ABC아프리카". 칸다하르는 탈레반 정권 치하 아프가니스탄의 참상을 고발한 작품. 캐나다에 망명한 저널리스트 나파스는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여동생으로부터 "개기일식에 맞춰 자살하겠다"는 편지를 받자 그를 구하러 칸다하르로 떠나며 끔찍한 광경을 목도한다. 코란을 외지 못해 퇴학당한 소년 칵은 시체의 손가락에서 빼낸 반지를 나파스에게 팔려고 한다. 적십자 대원을 속여 의족을 얻은 외팔이 사내는 "언제 지뢰에 다리를 잃을지 모르니 의족을 사두라"고 권유한다. 지뢰에 다리를 잃은 사람들은 공수돼 온 의족을 차지하기 위해 사막으로 뛰어간다. 여인들은 부르카(베일의 일종)를 뒤집어 썼음에도 매니큐어와 립스틱을 칠하는데 분주하다. 나파스는 미국계 흑인의사 사히브(미국의 ABC뉴스가 1980년 주미 이란 대사관대변인의 암살범이라고 보도한 하산 탄타이)의 도움으로 칸다하르 근교에 도착한 뒤 결혼식 무리에 섞여 칸다하르로 들어간다.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한 대지에 꽃처럼 수놓은 원색의 결혼식 행렬은 생명과 희망의 상징이다. 비전문배우를 기용해 극영화를 다큐멘터리처럼 찍어온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이번에 반대로 영화처럼 보이는 다큐멘터리 "ABC 아프리카"를 선보였다. 에이즈,말라리아,교육문제,식량문제 등을 담은 문제작이지만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환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웃으며 뛰어노는 아이들,즐겁게 춤추는 여인들을 포착함으로써 자선의 대상에서 진정한 이웃의 위치로 끌어 올린다. 10분 동안 암전 상태에서 자막만 간간이 흐르는 대목,하늘의 구름 화면과 비행기 소음으로 장식한 장면은 무언의 대화로 오히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02)766~3390.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