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최근 "봄날은 간다"를 통해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을 다시 한번 과시한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이다.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사진사 정원(한석규)과 주차단속요원 다림(심은하)과의 조심스럽고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신파식 멜로의 정형화된 관습을 떨쳐냄으로써 주목받았다. 기존의 한국 멜로 영화는 초반부에 두 남녀의 만남을 "이별"이라는 단어는 생각지도 못하게 할 정도로 사랑스럽고 달콤한 터치로 그려낸다. 그러다가 점차 감정을 고조시켜 극의 후반부에 이르면 눈물샘을 터뜨리게 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반면에 "8월의 크리스마스"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과잉된 감정표현을 자제하며 차분한 흐름을 보여줌으로써 강요된 눈물이 아닌 진실된 눈물을 자아내게끔 한다. "절제의 미학"이란 이런 영화를 두고 쓰여지는 말이 아닌가 싶다. 한석규는 담담하게 삶을 정리해가며 뒤늦게 찾아온 사랑에 미소짓는 정원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다. 다림 역의 심은하 역시 "마지막 승부"로 인기를 끌던 데뷔시절의 청순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홍콩과 일본에 이어 가장 뒤늦게 출시된 국내판 DVD는 기대에 부응하는 높은 품질로 제작되었다. 원본필름에서 직접 전환과정을 거친 화질은 기존의 홍콩, 일본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는데 높은 해상도는 물론이고 튀지 않는 자연스러운 색감이 특히 인상적이다. 사운드는 영화 자체가 스테레오 포맷으로 녹음된 만큼 DVD에도 돌비 디지털 2.0 트랙으로 수록되었는데 억지로 5.1채널을 분리해내 어색한 느낌을 주는 홍콩판 DVD와는 달리 매우 자연스러운 음향을 들려준다. 영화 본편 외에 허진호 감독의 음성해설, 50분 분량의 제작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예고편 등의 부록영상물도 함께 수록되었다. "선물""봄날은 간다" 등 서정적인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조성우씨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CD도 초판 1만장에 한해 함께 제공되기에 이 영화의 팬들이라면 구입을 서둘러야 할 듯. 백준오 dvdprime.com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