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문봉선(42)씨의 예술적 성취는 그가 받은 굵직한 미술상들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중앙미술대전 대상,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이상 1987년), 선미술상(지난해)이 그것이다. 문씨는 1985년 첫 개인전 이래 모두 7차례 전시회를 가지며 작품의 깊이와 변화를 보여줬다. 그는 인왕산, 섬진강 등의 실경을 화면에 형상화해 자유분방한 수묵의세계를 부단히 일구고 또 해체했다. 지난해 받은 선미술상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듯하던 그의 작업에 불을 댕기는 계기가 됐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폭풍우처럼 각종 상을 훑어가던 문씨는 이후 1-2년 간격으로 개인전을 개최하며 독특한 빛과 구도의 작품을 전시장에 내놨다. 오는 3월 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열리는 8번째 개인전은 최근의 작업을 한 눈에 살피게 하는 자리가 될 것같다. 선미술상 수상기념전인 이번 전시에는 등 20점이 출품된다. 이번 출품작의 가장 큰 특징은 보편화한 산수의 실경을 끌어냈다는 점이다. 이는 특정 지명의 수묵산수화를 그려온 과거와 사뭇 대비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 오광수(국립현대미술관장)씨는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의 단면을 보편과 객관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묵화가 날로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시대에 문씨의 역할은 사뭇 두드러진다. 가벼운 삽화 정도로 축소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씨의 수묵화는 전통과 현대를 묵직하고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해가 지는 저녁 나절의 들녘이나 청량한 바람이 지나는 대숲에 주목하며 그 시간성을 용케도 포착해내고 있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문씨는 현재 시립 신천대 예체능대학 미술학과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