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암"인 정신분열증은 환각과 망상에 기인한다. 환각은 물리적 자극이 없는데도 환영과 환청을 경험하는 상태다. 하지만 일반 신경증 환자에게도 나타난다. 문제는 환영과 환청을 사실로 확신하고 잘못된 믿음을 갖는 망상이다. 분열증환자들은 환각과 망상을 동시에 겪는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에 따르면 "한번 정신병은 영원한 정신병"이다. 증상완화는 기대할 수 있어도 발병의 심적구조는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론 하워드 감독)는 정신분열증과 평생 투쟁하면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천재수학자 존 내쉬(1928~)의 일대기를 감동적으로 그린 수작이다.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각본상을 휩쓸었다. "글래디에이터"의 영웅 러셀 크로가 천재 내쉬의 심적 방황과 고통을 심도깊게 표현했다. 존 내쉬는 프린스턴 대학시절인 1949년 발표한 "내쉬균형"이론으로 지난 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학창시절 수학자들이 "해결불가능"이라는 난제들을 독창적 방식으로 풀어낸 천재였다. 숫자감각은 신이 탄복할 만큼 탁월했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함수"에는 갓난 아기처럼 서툴렀고 정신병은 그를 "프린스턴대의 유령"으로 방황토록 만들었다. 영화는 그의 업적보다 이 점에 주목한다. 내쉬는 오만하고 자기몰입적인 성격으로 그려진다. 친구의 논문을 "상투적"이라고 면박하고 초면의 여학생에게 "빨리 체액을 나누자"고 말해 따귀를 맞기도 한다. 강의를 빼먹고 비둘기가 몇 차례나 머리를 조아리는지 헤아리고,기숙사 유리창을 칠판 삼아 "문제풀기"에 골몰한다. MIT교수 시절,그의 분열증은 시작된다. 위대한 독창적 이론을 찾아내려는 "과도한 욕망"에서 비롯된 스트레스가 병인(病因)이다. 영화속에서 세 사람이 그의 주변을 늘 배회한다. 구소련의 핵무기 기지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암호해독을 주문하는 미 정부의 비밀요원 파처(애드 해리스),내쉬와 우정을 나누는 대학 룸메이트 허만(폴 베타니),허만의 어린 여조카 등이다. 사실 이들은 내쉬의 눈에만 보이는 환영이다. 파처는 내쉬의 명예욕을 대변한다. 위대한 학자라면 "국가안보"의 위대한 일을 해야한다는 내쉬의 강박이 빚어낸 인물이다. 허만은 내쉬에게 결여된 "보편적인 인간성"을 상징한다. 허만은 "왕따"내쉬를 "무뚝뚝한 천재"로 인정해주고,책상머리에서 끌어내 일탈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