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9백여개의 상업영화관은 대부분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시·군지역 중 영화관이 있는 곳은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찾아가는 영화관'을 확대 운영키로 한 정홍택 한국영상자료원 이사장(66)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영화관에 찾아오라고 말하는 것 보다 영화관이 그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생각으로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찾아가는 영화관'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 외딴섬이나 산간오지 등 전국 34개 지역에서 모두 79회를 상영했다. 울산 외곽지역에서는 3천여명의 인파가 몰리는가 하면 경북 청송군 내원마을에서는 30여명의 마을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영화를 봤다고 한다. 산 중턱에 있는 내원마을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이 마을 장정들이 발전기 필름 영사기 등을 지게로 운반하는 공사판을 벌이기도 했다는 것. 또 지난해 5월에는 울릉도에서 이곳 역사상 처음으로 영화상영 기록을 세웠다. 정 이사장은 "영화를 상영해 보니 어린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제공하고 어른들도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 좋은 반응을 보였다"며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 배려에 고마워하고,다시한번 와달라는 요청을 하더라"고 설명했다. '찾아가는 영화관'은 올해에도 이달 5일 강원 춘천시 사북면을 시작으로 12월27일 경북 칠곡군 약목면까지 전국 38개 지역을 순회할 계획이다. 상영 작품은 '맨발의 청춘''월하의 공동묘지''자유부인''마음의 고향'등 추억의 한국영화와 '공동경비구역 JSA''고양이를 부탁해''단적비연수'등 최신 우수영화 30여편이다. 정 이사장은 "영화는 화면이 크고 사운드가 웅장해 TV나 비디오와는 느낌이 다르다"며 "재개봉 영화관이 자취를 감춘 요즘같은때 추억의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도 '찾아가는 영화관'만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찾아가는 영화관'이 가는 곳마다 지역특색을 살린 문화강좌나 노래자랑대회 등을 곁들여 마을축제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런 행사를 근로자나 사회복지시설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어가 삶이 곧 문화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