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전작품을 공연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한국 셰익스피어 전작(全作) 공연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의경)는 올해부터 3년에 걸쳐 셰익스피어의 희곡 37편 모두를 무대에 올린다. 이런 시도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 추진위원회 예술감독을 맡은 김창화 상명대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전체를실제 공연 및 무대 독회(讀會)의 형태로 발표 연대순으로 공연할 계획"이라며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대본을 읽는 무대 독회는 초기작과 역사극 등 공연화가 힘든 작품,그리고 국내에서 자주 공연됐던 작품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추진위원회에는 연출 부문에 김철리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비롯, 임수택 소극장 알과핵 대표, 박장렬 연극집단 반(反) 대표, 여성연출가 박정희.백은아 등이,이론 부문에는 남육현 한양대 영문과 강사, 오수진 광주 동신대 영문과 교수, 정경숙 인천 가톨릭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남육현, 오수진, 정경숙씨는 셰익스피어 전공자들이다. 김창화 교수에 따르면 셰익스피어 전작 공연 기획은 전세계적으로 일본에 이어우리 나라가 두 번째. 김 교수는 "일본 연극인 오다지마 유지(小田島雄)가 1960-70년대에 걸쳐 혼자서 번역.연출한 것이 세계 최초의 전작 공연으로 1980년대 여러 연출자가 참여해 다시 한 차례 시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BBC가 스튜디오용으로 제작, ''BBC 셰익스피어''라는 비디오로 남겼으며, 미국에서는 무수한 셰익스피어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단일 기획으로 전작 공연이 시도된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가 이같은 작업을 기획한 이유는 평소 한국 연극계의 고질 가운데 하나라고 여겼던 ''배우의 부족''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이때문에 ''서울 셰익스피어 앙상블''(대표 김창화)이라는 극단을 새로 창단, 배우를 모집하고 전작 공연을 통해 배우 훈련의 기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미 14명의 단원을 오디션을 거쳐 선발했으며 다음달 4일 2차 오디션을 갖는등 3년간 지속적으로 단원을 충원하겠다는 것. 따라서 공연수익도 공동기금화해 배우훈련 프로그램에 재투자한다. 또 공연 대본은 추진위원회에서 원전에 충실하도록 새로 번역해 사용하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전집으로 펴낼 예정이다. 사실 그간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은 일본어를 거친 중역이 많았다. 공연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편안하고 듣기 좋은 우리말로 옮기는 데도 노력하기로 하고 박정희씨에게 스피치 디렉터를 맡겼다. 이런 점에서 이번 기획의 3대 원칙은 ▲가능한 한 새로운 번역을 이용한다 ▲실험.재해석보다는 원전에 충실한다 ▲무대장치보다는 철저하게 연기 중심으로 공연한다로 정해졌다. 이번 기획은 셰익스피어의 탄생일인 4월 23일 ''셰익스피어가 기억하는 모든 것들''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로 시작한다. 세미나에서는 독일 연출자 페터 슈타인이 80년대 초 극단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가 셰익스피어에 관한 자료를 모은 뒤 발표한 ''셰익스피어 메모리스''를 비디오로 본 뒤 셰익스피어의 한국적 수용, 이번 기획의 취지 등에 관해 토론한다. 이후 「실수 연발」「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공연으로, 「헨리 6세」 3부작과「베로나의 두 신사」를 무대 독회의 형태로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과 광화문 정원소극장에 올리는 것으로 상반기를 채울 예정. 초반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가벼운코미디 작품을 선정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티투스 안드로니쿠스」「사랑의 헛수고」 등 거의 공연되지않은 작품과 「로미오와 줄리엣」「베니스의 상인」을 공연하고 무대 독회 작품도몇 편 준비한다. 극작.연출가 이윤택씨도 내년에는 세 작품 정도를 연희단거리패 단원들과 함께 준비해 무대 독회로 올린다. 추진위원회는 셰익스피어의 전작품을 혼자 번역했던 신정옥 전 명지대 영문과교수를 자문위원으로 끌어들이고 추후로 연구자를 더 충원하는 한편 일본의 오다지마 등 외국의 셰익스피어 전문가들도 초빙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