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예술''로 꼽히는 CF의 실력자들이 속속 충무로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한국영화 연타석 흥행홈런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두사부일체」의 윤제균 감독은 광고대행사 LG애드에서 카피라이터 겸 AE(광고기획자)로 일했던 전력을 지니고있다. `라끄베르와 상의하세요''란 명카피를 만들어냈으며 97년 세계 인터넷광고 공모전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현재 부산에서 SF액션 「예스터데이」의 마무리 촬영에 한창인 정윤수 감독도광고대행사 제일기획에 몸담았던 `애드맨'' 출신. CF 감독에서 영화 감독으로 변신한 인물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히는 인물은 대우탱크주의 광고로 이름난 최진수 감독. 95년 스크린 데뷔작인 「헤어드레서」를 선보였으나 후속작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에스콰이어 CF 등을 연출한 민병천 감독은 99년 「유령」으로 성공적인 충무로신고식을 치렀다. 11월 개봉을 목표로 유지태ㆍ이재은 주연의 SF 액션 「내츄럴시티」를 다음달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그대 안의 블루」와 「시월애」의 이현승 감독은 반대로 영화를 찍다가 CF 연출로 `외도''를 하기도 했다. 한때 광고회사 유레카를 공동운영하며 삼성애니콜, 원샷018, 지오다노 등의 광고를 연출했으며 현재는 iMBC의 옴니버스 인터넷 영화 「아미그달라」의 세번째 에피소드 `Between''을 촬영중이다. 이밖에 TTL 광고로 CF계의 스타로 떠오른 박명천 감독도 시나리오를 다듬고 있으며 화장품 CF로 널리 알려진 차은택 감독도 영화 데뷔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CF 출신들의 충무로 진출은 할리우드에 비하면 훨씬 늦고 뜸한 편이다. 국내 개봉을 앞둔 「블랙 호크 다운」의 거장 리들리 스콧은 영화계 입문 이전에 RSA란 광고회사를 차려 수천편의 광고를 제작했으며 현재 상영중인 「휴먼 네이쳐」의 미셸 곤드리 감독은 리바이스 광고를 통해 CF 최다수상기록을 수립,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재주꾼이다. 이밖에 「더 록」과 「진주만」의 마이클 베이, 「드리븐」과 「클리프행어」의레니 할린, 「에너미 라인스」의 존 무어 등도 스크린보다 CF에서 먼저 이름을 날렸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순간적인 재치에 의존하던 CF도 영화적 기법을 많이 동원하는 추세를 띠는데다가 장르간 장벽도 점차 낮아지고 있어 CF 출신의 영화계 진출이갈수록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지 않는 한 영화제작자는 "CF 감독들은 감각적인 화면과 아이디어에는 뛰어나지만 긴 호흡의 줄거리를 만들어내는 데 약할 뿐 아니라 혼자 모든 제작과정을 장악하던 버릇이 있어 스태프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자세로 영화계에 뛰어들어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