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과 비디오가 갤러리에서 만났다. 그리고 절묘한 하모니를 이뤘다. 관람객은 그 감상자이자 참여자이다. 지난 10일 개막한 김영진(42)씨와 양만기(38)씨의 ''중심의 상실''전(30일까지ㆍ서울 평창동 갤러리 세줄). 두 젊은 작가는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로 관람객의 발길을 붙든다. 출품작은 등 세 점이다. 먼저 김영진씨의 . 이 작품은 액체의 흐름, 음향의 변화, 비디오의생동감을 멋지게 묶어냈다. 잘게 부서지는 액체의 움직임을 프로젝터가 세밀히 포착해 지도가 그려진 필름을 통과시킨 뒤 드넓은 벽면에 투사한다. 재미있는 것은 프로젝터와 연결된 오르간. 감상자가 건반을 누르면 화면은 그때마다 음높이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며 요동친다. 작품과 관람자 사이에 오가는 놀라운 교감이라고 할까. 액체 움직임을 프로젝터에 단순 투사했던 이전의 김씨 작품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양만기씨의 도 착상이 기발하다. 동원된 악기는 10대의중고 첼로. 첼로마다 소형 비디오를 설치하는 한편 온도 감응장치를 각각 설치해 감상자가 현을 만질 때마다 서로 다른 소리와 화면이 나오도록 했다. 신체언어를 영상과 음향언어로 연결시킨 점이 이채롭다. 이 작품들은 아이는 물론 어른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도 충분하다. 작품이 감동을 주고 감상자는 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보통의 관계를 뛰어넘는다. 기묘한 흥미를 바탕으로 감상자를 예술행위의 한가운데로 자연스레 끌어들인다는 얘기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1월 문을 연 서울 평창동 갤러리 세줄의 개관 기념전 제2부로 마련됐다. 젊은 작가의 비디오와 설치작업으로 미술계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반성하면서 참신한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다. 두 작가는 개별적으로 작업했으나 이심전심인지 그 성격이 너무나 닮았다. 미술과 음향의 결합이 바로 그것이다. 액체 작품으로 잘 알려진 김씨는 건반을 통해 순간마다 변형되는 수많은 물방울 이미지를 탐색했다. 양씨가 첼로를 끌어들인 것은중학교 때 바이올린을 배운 게 인연이 됐다. 이들은 "사전에 전시에 대한 상의가 전혀 없었다"며 개막 며칠 전 상대의 작품을 보고 그 유사성에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는다. 둘 다 건반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더라는 것. 이에 양씨는 건반악기를 김씨에게 양보하고 새롭게 작품구성을 했다. 홍익대 조각과 출신의 김씨는 제8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비롯해 제13회석남미술상, 제5회 토탈미술상, 제9회 김세중 청년조각상을 받았으며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양씨는 제1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과 97년 국제 파인 아트(Fine Art)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 391-9171.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