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는 금발의 외국인" 다양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KBS 1TV의 "인간극장"(월~금,오후 7시)은 24일부터 28일까지 "금발의 새엄마"편을 내보낸다. 주인공은 아름다운 금발의 루마니아인 제니 포프(34)씨.한국생활 8년째인 그녀는 97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활달한 성격으로 "완벽한" 한국인이 돼 있는 상태다. 제니가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엔지니어 기술자로 루마니아에 건너갔던 남편 이정문(44)씨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시 스물여섯 나이였던 그녀는 이씨가 이혼한 후 두 딸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결심한다. 그렇게 시작한 한국생활.피부색 언어 생활습관이 다른 이방인에겐 한국생활은 쉬운 게 아니었다. 게다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일곱 살,다섯 살 두 딸을 키워야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제니는 이제 "한국의 아줌마"가 다됐다. "아이고 못살아 못살아"를 연발하고 물건값 잘 깍고,지하철 타기만을 고집하는 알뜰주부.아이들 간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는 부지런한 엄마이자 야간근무를 마치고 지쳐 돌아온 남편을 다정하게 맞아주는 애교 만점의 아내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요즘은 살림에 보탬이 될까 싶어 학원과 유치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영어강사 일까지 하고 있다. 이처럼 잘 적응하며 지내는 제니지만 최근 들어 부쩍 아이를 갖고 싶어한다. 남편도 제니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지만 정관수술을 한지 이미 10년이 넘은 상태.이것을 모르는 제니는 남편의 반대가 안타깝기만 하다. 제니는 또 고향 루마니아에 계신 어머니때문에 걱정이 많다. 어머니는 심장과 치아가 좋지 않아 고생하고 있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어머니에게 치료비를 보내드리긴 했지만 크리스마스를 외롭게 보낼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양차묵 PD는 "제니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엄마이자 아내 역할을 하고 있는것 같다"며 "제니 덕분에 이씨 집안이 밝고 명랑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