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연희의 현대적 수용에 주력해 온 극단 목화가 '산대놀이'를 끌어들여 오늘의 문제들을 질타한다. 20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대학로 소극장 아룽구지에서 공연되는 「지네와 지렁이」(오태석 작.연출). 작품은 점차 심각해지는 환경오염과 테러.독가스의 위협,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 일본 식민지배의 잔재와 분단의 상처, 게다가 지역.학벌에 따른 갈등 등오늘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10여년 뒤 어떤 결과를 낳을까 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작품이 그리는 2010년의 미래사회는 환경오염이 극에 달하고 인재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간 채 다시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한 한국이다. 재일교포 히라타가 한국을 통치하고 사람들은 빚을 갚기 위해 장기를 매매한다. 또 오염된 지상을 피해 지하 1천700m에서 살아가게 된다. 현실에 대한 경고를 담은 이 작품은 '산대놀이'처럼 각각의 장면들이 독립된 에피소드이면서도 전체적으로 통일된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나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주제는 오태석 특유의 재치와 유머에 '엽기' 요소 등이 가미돼 사회 풍자극의 성격을 띠게 된다. 히라타 역에 정진각, 김병옥이 더블캐스팅됐으며 황정민 장영남 강현식 박영희이병선 이수미 김혜영 안장훈 이도현 등이 출연한다. 극단은 "지난해 선보인 「잃어버린 강」이 잃어서는 안될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더이상 안고 살아서는 안될 것들에 대한 외침"이라며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갈등요소들을 슬기롭게 해결, 후손들에게 떳떳한 삶의 터전을 물려주자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한편 극단 목화는 내년 10월 일본 오사카 고마바 아고라 극장에서 일본어로 번역된 「오태석 희곡집」이 발간되는 것과 때맞춰 가족극 「내 사랑 DMZ」를 초청 공연한다. 일본어판 희곡집은 일본인으로 한일 문화교류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공연기획자 기무라 노리코 등에 의해 발간되는 것으로 「춘풍의 처」「부자유친」「심청이」 등의 작품이 실릴 예정이다. 공연시간 화-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공휴일 오후 4시 30분.7시 30분, 일요일 오후 3시.6시. ☎ 745-3966~7.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