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럭클럽""스모크" 등 훈훈한 영화를 연출했던 홍콩출신 할리우드 감독 웨인 왕이 이번에는 차가운 작품을 내놨다. 도발적인 성애영화지만 인터넷시대,소통부재의 사랑을 담고 있는 "센터오브월드"가 그것이다. 세상의 중심이 자궁이라고 믿는 창녀와 중심이 인터넷이라고 생각하는 닷컴열풍의 주역간의 러브스토리다. "인터넷 재벌" 리처드(피터 사스가드)는 컴퓨터의 창(窓)을 통해 세상과 만난다. 재택근무,인터넷 주문 피자,몰래카메라와 컴퓨터게임 등이 그를 둘러싼 환경이다. 리처드는 거리의 커피숍에서 만난 스트립걸 플로런스(몰리 파커)와 라스베이거스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3일밤을 함께 지내기로 한다. 그가 제시한 대가는 1만달러. 플로런스의 조건은 삽입하지 말 것,키스하지 말 것,시간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나신으로 관능적인 춤을 추는 플로런스,흥분을 느끼지만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하는 리처드. 다음날 낮,두 사람은 리처드 사업파트너와 어울리며 급격히 가까워진다. 플로런스의 감정도 고조돼 규칙을 깨고 섹스를 한다. 그러나 그들 앞에는 장벽이 높다. "넌 나의 몸은 살 수 있지만 감정까지 살 수는 없다"는 플로렌스의 말이 돈을 매개로 한 그들의 관계를 압축한다. 두 사람은 "자기 중심"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 소외와 불신의 세상에서 사랑이 움틀 공간은 없는 것이다. 웨인 왕 감독은 디지털카메라로 배우 사이에 적극 개입해 관객들에게 "엿보기"의식을 불러온다. 제작사는 미국의 영화등급분류협회(CARA)로부터 NC17(17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을 받자 삭제를 우려해 제한상영관에서 상영했다. 8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