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괄목할만한 작업을 하고 있는 30대와 40대 작가의 작품으로 현대미술의 흐름을 점검하고 그 미래를 가늠해보는 9인전이 삼성미술관과 성곡미술관에 의해 기획됐다. 삼성미술관은 23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김범씨 등 9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트스펙트럼(ArtSpectrum) 2001'전을 연다. 성곡미술관은 김병직씨 등을 초대하는 '2001 한국미술의 눈'전을 28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마련한다. 이들 전시는 각 9명의 출품작가가 30-40대인데다 장르도 설치, 영상, 사진, 회화 등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전시기간 역시 대부분 겹친다. 게다가 9명의 큐레이터가 각기 한 명의 작가를 선정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다만 삼성이 자체적으로 선정했다면 성곡은 외부에 이를 의뢰했다. ▲'Artspectrum 2001'전 = 삼성미술관은 1988년부터 매년 개최해오던 '현대한국회화전'이 회화 매체에 국한돼 90년대 이후 부상해온 사진, 영상, 설치미술을 수용할 수 없다고 보고 형식과 내용을 대폭 바꿔 격년제로 열기로 했다. 출품작가는 김아타(사진), 이동기(회화), 박화영ㆍ조승호(영상), 오인환ㆍ김범ㆍ김종구ㆍ유현미ㆍ설치(설치) 등. 이중 김아타ㆍ김종구ㆍ이동기씨를 빼고는 모두가뉴욕 유학파이다. 삼성미술관 큐레이터들은 각자의 프리즘으로 현대미술의 복잡ㆍ다양함을 살피고자 했다. 김종구씨는 쇳가루를 바닥에 쌓아 글씨를 쓴 뒤 이를 폐쇄회로 카메라로 찍음으로써 한 폭의 산수화를 수직화면에 반영하는 작품을 내놓고, 박화영씨는 어린 소녀와 노란 크래커를 소재로 두 화면을 대비시켜 도시인의 정체성을 묻는다. 촉망받는 비디오 아티스트 조승호씨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6개의 천장모니터와 바닥 스크린 이미지로 이뤄지는 설치작업으로 제기하며, 홍수자씨는 실타래의 실이 전시기간 내내 풀어져 나오면서 인물상의 몸을 감싸는 작품을 통해 치유와 안식의 의미를 캔다. 부대행사로는 이달 30일 오후 4시 '한국 현대미술의 현상과 과제' 토론회가 삼성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데 이어 12월 6일 오후 4시 30분에는 김아타, 김종구,홍수자씨가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 771-2381~2. ▲'2001년 한국미술의 눈'전 = 성곡미술관은 한국현대미술의 상황을 진단해 미술문화의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전망한다는 취지로 올해에 이 전시를 시작해 정례화할 방침이다. 출품작가는 김병직(설치), 김성희ㆍ배준성ㆍ장명규ㆍ정현숙(회화), 유대균(조각), 이정진(사진), 장지희(영상)씨 등. 성곡미술관은 미술현장과 비평 사이의 불신과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1980년대 '문제의 작가'전에서 기획의 원형을 찾았다고 밝힌다. 국립현대미술관 정준모 학예실장은 "리얼리즘에 대한 이해와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작가로 유대균씨를 선정했고, 이주헌 아트스페이스 관장은 "창문을통해 걸러진 풍경이 미묘한 울림과 뉘앙스를 준다며 이정진씨 선정 사유를 밝혔다. 미술평론가 고충환씨는 색의 원형질인 빛으로 색을 담금질하는 작가로 정현숙씨를 추천했고, 서울시립미술관 김지영 큐레이터는 "영상작업에 '자신에 의해 관찰된 자아'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자아와 외부세계의 소통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장지희씨를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 737-7650.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