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계층을 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제6회 부산영화제 최대 화제작인 개막작 '흑수선'을 연출한 배창호 감독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흑수선은 이정재 안성기 이미연 등이 한국전쟁에서부터 최근까지 50년간의 시대를 배경으로 연쇄살인과 그 음모를 파헤치는 역사스릴러. "여러 요소를 배합해 한가지 스타일을 만들어낸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액션과 미스터리라는 젊은층의 코드와 인간의 깊은 감정을 선호하는 중·장년층 기호를 적절하게 섞었습니다" 배 감독은 개막작 5천석이 2분28초만에 팔렸다는 소식에 처음엔 기뻤지만 나중에는 부담도 컸다고 털어놓았다. 흑수선은 김성종씨의 소설을 배 감독이 주변 취재를 통해 시나리오로 옮긴 것이다. 그는 "스릴러란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역사성과 그로 인한 인간의 비극성을 표출하는데 주력했다"며 "50년간에 걸친 시간성을 극복하는 게 연출의 최대장애였다"고 밝혔다. 사실성보다는 인상파 그림처럼 느낌을 그대로 전하는데 온힘을 쏟았다는 것. 이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비극을 표현하는 데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이미연 등 일부 캐릭터들의 분장에선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미연의 경우 특수 알레르기 때문에 분장 부위가 빨갛게 달아오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배감독은 "'쉬리''JSA' 등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와 형사물 '텔미섬씽'이 크게 히트쳤다"며 "이제는 형사물을 통한 분단이야기가 대중적으로 어필할 시기가 됐다"고 내다봤다. 부산=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