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억누르고 구도의 길을 걷는 스님. 세속적 욕망을 과장된 몸짓으로 추구하는 조직폭력배. 이들이 8일 개봉한 코미디영화 "달마야 놀자"(감독 박철관)에서 "맞장"붙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요즘 유행하는 "조폭드라마"인가,아니면 "불교영화"인가. 또 "코미디"란 수식어는 왜 붙었는가. 이 영화의 주인공(조폭 중간보스역)으로 나오는 박신양으로부터 얘기를 들어봤다. ""달마야 놀자"는 불교영화에 가깝습니다.조폭이란 소재만 빌려 왔지,폭력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작품이 아니라 "착한 영화"입니다.포용과 용서란 무거운 주제를 코미디 형식으로 가볍게 다룬 작품이지요" 이 영화는 조폭 재규파 일당이 위험을 피해 절로 피신한 후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조폭식으로 스님들을 협박해 은신처를 마련하려는 재규파와 폭력에 굴하지 않고 사찰의 고요와 정적을 지키려는 스님간의 대결이 코믹하게 펼쳐진다. 멜로물 단골이던 박신양이 처음 출연하는 코미디인 셈. "작품은 코미디지만 제가 코믹연기를 한 것은 아닙니다.잠수오래하기,3천배 먼저하기 등 조폭과 스님과의 대결이란 설정이 코믹하지요.저는 배역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데 열중했습니다" 그의 역할은 무식하지만 의리있고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중간보스 재규. 멜로물에서 감정의 결을 섬세하고도 완곡하게 드러냈던 그가 여기서는 자극에 대한 반응을 즉흥적으로 표현한다. 그동안 박신양의 상대역은 늘 여배우였지만 이번에는 청명스님(정진영)이란 비구다. 두 사람은 후배들 앞에서 한판승부를 벌인다. 박신양은 태권도 유단자 이지만 이 장면을 위해 선무도 무술을 한달여간 배웠다. 그리고 한국건달의 계보를 잇는 "생존형" 액션을 펼친다. 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온 몸을 던지는 그의 무술은 정진영의 "득도형 무술"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이로써 깡패와 스님간의 상황이 역전된다. "결국 건달과 스님이 우정을 나눕니다.그것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용서하는 불교의 힘 덕분이죠" 그는 주제를 함축한 장면 한토막을 소개했다. 노스님이 조폭과 제자스님들에게 "밑빠진 독에 물을 가득 채우라"는 문제를 내자 재규파가 고심끝에 그냥 물속에 독을 쳐넣어 이긴다. 재규가 나중에 노스님께 "왜 나같은 사람을 받아주느냐"고 묻자 노스님은 "나도 밑빠진 너희를 그냥 내 마음속에 던졌을 뿐"이라고 답한다. 그는 "멜로물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우악스럽고 거친 표현이 많았다"며 "이 영화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