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복제' 작업을 20년 넘게 해 온 서양화가 한만영(55)씨가 더욱 달라진 모습으로 2년만에 전시장을 다시 찾는다. 오는 9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11번째 개인전. 그는 단순화, 관념화 한 시리즈 20여점으로 시간여행을 계속한다. 한씨의 작품 변화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듣는다. 나이 50이 되도록 작업실 하나 없던 그가 북한산 자락 평창동에 어엿한 공간을 마련한 뒤 한껏추상화한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공간과 시간 문제를 독창적 어법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1970년대 말에 시작했다. 다 빈치, 라파엘로 등 거장의 명화에 나오는 인물을 극사실 회화기법으로 생략하거나 변형복제함으로써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물었던 것. 1980년대 중반부터는 서양명화와 한국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끌어들여 평면과 오브제작업을 병행했다. 십장생, 산신도, 풍속화, 일월도, 토우, 갑옷 등 전통 요소들로 시공을 초월한 상상과 사유로 빠져든 것이다. 최근에는 평면회화의 복제를 최소화하는 대신 조각이나 오브제의 사용에 치중했다. 상업광고 이미지로 자본주의의 늪에 깊숙이 함몰하는 현실을 대변하며, 은색의금속색채는 디지털 시대의 의미를 단순화한 것이다. 철사 오브제는 극도로 추상화한관념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50대 중반 작가로는 보기 드물게 실험성 강한 작품을 시도한다. 장르를 파괴ㆍ통합하거나 그 벽을 뛰어넘고 표현양식에서도 작품 속 깃털처럼 자유롭고자 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성을 일관되게 추구하되 방법에서는 변화를 거듭하는 것이다. 한씨는 "나는 작품에서 설명보다 직관에 의지하고자 한다"면서 "예를 들어 철사의 선은 묘사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목적으로 존재하며 따라서 감상자가 상상력으로 해답을 찾아갈 때 작품이 최종적으로 완성된다"고 말한다. 작가는 작업실로 관람객을 초대해 대화하는 오픈 스튜디오 기회도 마련한다. 원하는 관람객은 전시기간중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평창동 작업실로 찾아가면 된다.☎ 732-3558(화랑), 3217-5359(작업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