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방"은 삼류인생들의 남루한 일상을 유쾌하게 그려낸 우화다. 택시기사 3명의 버거운 나날이 코믹하고도 따스한 시선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한국형 느와르"게임의 법칙"을 만든 장현수 감독이 3년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라이방"은 미국의 유명 선글라스 "레이밴"의 베트남식 사투리로 월남전을 계기로 이 땅에 널리 전파된 액세서리다. 라이방은 스스로 그늘을 만들어 눈부신 햇살을 직시토록 하는 보호막이다. 세명의 택시기사 주인공들도 라이방을 끼고 있기에 구차한 현실이지만 넉넉하게 바라본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대졸학력의 왕구두쇠 준형(조준형),18살짜리 딸을 몰래 키우고 있는 학락(최학락),옌벤 처녀를 짝사랑하는 순진남 해곤(김해곤) 등 30대후반에 접어든 "삼총사"는 곡절끝에 택시기사로 함께 근무한다. 이들에게 세상살이는 지긋지긋하다. "머피의 법칙"이 늘 동반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한번 신나게 놀기 위해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꽃뱀"에게 당하고 줄행랑을 친다. 사랑하는 옌벤처녀는 빚때문에 노인의 후처로 들어갈 모양이고 딸아이는 유학비용이 필요하다. 점심식사비를 아껴서 모은 돈은 회사간부에게 떼이고 만다. 막다른 골목,부자 노파의 집을 털기로 한다. 그러나 할머니집에서 훔쳐 나온 것은 쓸모없는 영수증 뭉치였다. 돈다발은 바로 곁에 둔채. 억세게 안풀리는 숙명앞에서 이들은 "한바탕 웃음"으로 넘어갈 뿐이다. 그 "체념의 미학"은 호프집에서 배웠다. 여러차례 등장하는 호프집은 삼류인생들의 파라다이스다. 잡담이 허락되는 그곳은 고단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장소다. 캐릭터들의 개성있는 연기는 생동감이 넘친다. 학락은 평소 원기왕성한 다혈질이지만 "큰 일"앞에선 간이 오그라들고 만다. 반면 새가슴 준형은 쓴맛을 본 뒤 강도짓에 앞장설 정도로 막가파로 돌변한다. 해곤은 비루한 삶을 노엽지 않게 수용하는 낙천주의자다. 배우들의 극중 이름은 실제 이름과 같아 실감을 더해준다. 이들의 대사는 관객을 흡입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유머와 기지가 넘친다. 3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