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좀 쉬어볼려고 했는데, 쉽지 않군요.바람직한 가족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는 드라마라서 출연하기로 했어요."


폭넓은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견 탤런트 김영애(51)가 오는 11월 5일부터 시작되는 KBS 2TV 시추에이션드라마「여자는 왜?」에서 3대가 모여사는 한의사 집안의 맏며느리 역할을 맡았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전형적인 현모양처다.


"집안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인물이에요. 잔소리는 조금 심하지만 낙천적이고 인정이 많죠. IMF를 맞으면서 실직한 무능한 남편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아버지 사이에서 화목한 집안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힘을 쏟아요."


김영애는 다양한 역할을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몇안되는 중견 여성연기자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정하고, 편안한 `보통' 어머니부터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는 강인한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그는 `실감나는' 연기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올해초 시작된 KBS 1TV 일일드라마「우리가 남인가요」에서는 색다른 연기변신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약간의 '공주병' 증세가 있는 어린아이같은 시어머니 이자경 역으로 출연했던 것.


높은 톤의 목소리가 무척 인상적이었던 이 인물을 연기하면서 김영애는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여태까지 해왔던 드라마 가운데 가장 힘들었어요. 항상 기분이 들떠있는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죠. 대사도 많았구요. 특히나 우울한 날에는연기에 몰입하는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리더군요."


김영애는 이자경을 연기하면서, 내부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것 같아 최근 들어온 몇차례의 드라마 출연제의를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2~3편의 드라마에 한꺼번에 출연하기가 예사였던 김영애는 오랜만에 한편의 드라마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마음이 가볍다고.


지난 71년 MBC 탤런트 3기로 연기에 입문한 김영애는 올해로 어느덧 연기인생 30년을 맞았다.


그간 출연한 드라마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던「민비」, 연기자로서 한단계 자신을 고양시킨 김수현 극본의「야상곡」, 매너리즘에 빠진 자신에게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형제의 강」등을 꼽았다.


"다양한 인물들의 인생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기는 매력적이에요. 앞으로도 이 길을 떠날 수는 없겠죠. 다만 재충전의 시간은 잠시 가져야할 것 같아요."


김영애는 최근 황토를 원료로 한 피부미용제품을 생산하는 ㈜황솔바이오의 사장으로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황토의 효험을 경험한 뒤, 몇몇 지인들과 같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앞으로 사업과 연기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