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사들이 중년층 대상 가요프로그램을 홀대하고 있어 30~40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있다. SBS는 이번 가을개편에서 70~80년대의 가요들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았던 심야음악프로그램「메모리스」(매주 일요일 밤 12시 40분)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28일 방송이 마지막이 될 예정. 이 프로그램은 지난 4월 봄개편에서 처음 편성된 뒤, 볼만한 가요프로그램이 없었던 30~40대 시청자들의 편안한 안식처 역할을 해주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정훈희, 이은하, 노사연, 민해경, 김창완 등의 '중견' 가수와 유승준, 왁스, 양파, 김원준 등의 '신세대' 가수가 어우려져 추억의 옛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시청자의 마음한 구석에 숨어있던 빛바랜 기억들을 되살려냈던 것. 첫방송에서는 200여명에 불과하던 방청객이, 최근에는 600석에 이르는 방청석이 모자라 계단에까지 빼곡하게 앉아야할 정도로 상당한 마니아층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시청률에 있어서는 일요일 심야시간대라는 핸디캡을 극복하지 못한 채, 2% 안팎의 저조한 수치에 머물렀다. 시청률에 극도로 민감한 우리나라 방송환경상 프로그램폐지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스」의 폐지 소식이 알려지자 이 프로그램의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는"모처럼 등장한 볼만한 음악프로그램이 왜 이렇게 빨리 막을 내리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 백정렬PD는 "심야시간대이니만큼 시청률이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작스러운 폐지결정이 내려져 안타깝다"며 "이 프로그램을 아껴주시던 중년층 시청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 올해들어 벌써 두번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실망은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봄개편에서는 KBS 2TV가 역시 중년층 대상 음악프로그램인「콘서트 초대」를 방송이 시작된지 1년도 채 안돼 폐지했던 것. 당시에도 서서히 마니아층을 확보해나가고 있던 이 프로그램은 3% 안팎의 시청률이 문제가 됐다. 이같은 경우가 자꾸 발생하는 것은 결국 새로운 분야의 프로그램을 인내심을 갖고 키워나가지 못하는 우리나라 방송사들의 조급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저조한 시청률에 대해서는 폐지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흑백논리'도 문제다. 관계자들은 공중파 방송이라면, 각 연령층의 국민들에게 공정하게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고 지적한다. 경실련 미디어워치의 김태현 간사는 "「메모리스」,「콘서트 초대」등은 비록 시청률은 낮아도, 30~40대들에게 오랜만에 TV 보는 즐거움을 주었던 의미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들에 대해 별다른 홍보나 편성시간에 대한 배려없이 '찬밥' 대우를하다가 시청률이 낮아지니까 폐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TV를 10대만을 위한 매체로만들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 1TV의 노년층 대상 음악프로그램「가요무대」는 이번 가을개편 이후,70~80년대 가요를 대폭 레퍼토리에 포함시킬 예정이어서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받고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