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웃음판으로 바뀌는 것 같아 서글퍼요.이런 세상에 향기를 전달하고, 맑은 샘물 한방울을 떨어뜨린다는 의미로 방송을 진행할 작정입니다."


70년대 통기타 1세대 가수로 유명한 김도향씨가 18일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방송 프로그램을 처음 맡게 된 소회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하얗게 수염을 기르고 한복을 입은 그의 목청은 여전히 낭랑했지만 올해 57세로 이순(耳順)의 나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년간 가수활동을 접고 이른바 `명상음악가'로 명상음반을 내는데 몸을 던져온 그가 오는 22일 가을개편을 계기로 신설된 iTV 「김도향의 굿나잇 쇼」(매주금 밤 0시15분.연출 김호순 PD)를 단독 진행한다.


그렇고 그런 대담프로죠? 돌아오는 답변은 `신개념 토크쇼'란다.


"노래가 있는 토크쇼라고 보면 됩니다."


연예인 신변잡기와 말장난 위주의 토크쇼에 식상해 있는 시청자들에게 70년대 포크음악의 선율에다 유명인사들의 인생이야기를 실어 `아련한' 추억여행을 선사하겠다는 `거창한' 포부가 담겨 있다.


"인간의 향기가 배어 있고, 온기가 느껴지는 프로로 만들어 각박해지는 세상과 치열해 지는 경쟁에 시달리는 40-50대 시청자들에게 편안한 휴식의 장을 제공하려합니다."


직접 노래도 곁들여 부를 계획이란다.


"눈은 감을 수 있고, 입은 다물 수 있지만 귀는 감거나 다물수가 없잖아요. 따라서 (귀로 듣는) 노래보다 훌륭한 문화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노래가 천박하다고 여기기도 했는데 말이죠."


오랫동안 명상음악에 매진해온 그의 음악관(觀)은 이렇게 변해 있었다.


"그러나요즘 주위를 돌아보면서 정신을 상하게 만드는 음악이 너무 많다는 생각도 아울러하게 됐죠."


19일 녹음하는 첫방송의 초대손님은 이장호 감독과 가수 김세환씨.


두번째 손님으로는 지휘자 금난새씨와 가수 노영심씨를 초대해 두었단다.


지난 80년 「바보처럼 살았군요」란 독집을 낸 이래 침묵해온 그는 오는 11월초21년만에 두번째 독집 「깊은 사랑」을 내놓을 채비를 마쳤다고 한다.


(서울=연합뉴스) 이명조기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