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몽마르트에 있는 물랑루즈는 1백년전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나이트클럽이었다.


무대 뒤에선 마약과 매춘이 은밀하게 성행했고 댄서는 돈, 고객은 퇴폐적 쾌락을 담보로 한 몸이 됐다.


호주출신 바즈 루어만 감독은 동명의 영화 "물랑루즈"에서 욕망의 소굴에서 피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899년 세기말적 퇴폐적 향락주의가 만연하던 시절,물랑루즈의 캉캉댄서이자 파리 최고의 창부 사틴(니콜 키드먼),작가 크리스티앙 (이완 맥그리거)이 돈많은 공작의 방해를 극복하고 사랑ㅇ을 이룬다는 내용의 뮤지컬 코미디다.


캉캉댄서에서 여배우로 신분상승을 원하는 사틴,금력을 내세워 사틴을 차지하려는 공작,물랑루즈의 건립자 지들러는 욕망의 상징이다.


"사랑은 게임"이라고 믿었던 사틴이 "사랑은 위대하고 찬란한 것"이라는 크리스티앙을 만난 뒤 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이 고조될수록 사틴의 죽음은 가까워온다.


영화에서 세트와 소품은 "극단적인 미학"을 드러낸다.


물랑루즈의 휘황한 조명, 형형색색의 주름장식 무복 등은 장시에 세기말적 퇴폐주의가 만연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댄서들은 짙은 화장에 보석과 액세서리로 온 몸을 두르고 반라의 상태로 도발적인 춤을 춘다.


사틴의 빨간 드레스와 극장의 빨간 커튼,내부의 금박장식,줄세공양식으로 단장된 천장 등은 과장과 허위의식의 극치다.


그와 대조적으로 사랑의 모습은 소박하다.


크리스티앙은 가진 것이라고는 "재능"과 "그녀에 대한 마음"뿐이다.


공작으로부터 선물받은 보석목걸이가 사틴의 목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사틴이 욕망의 유혹을 물리치고 사랑을 선택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뮤지컬영화답게 배우들의 대사는 대부분 노래로 처리된다.


감독은 오페라와 팝 록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를 빌어 상식을 초월한 욕망과 순수를 드러내고자 했다.


키드먼과 맥그리거는 이 작품에서 "컴 왓 메이" 등 사운드트랙을 통해 가수로 데뷔했다.


그러나 키드먼의 음색은 갈라지고 음량도 가벼워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


볼거리는 풍부하지만 러브스토리의 내용이 너무나 신파조다.


삼각관계의 갈등을 단선적으로 이끌어가는 방식은 기존영화나 소설에서 숱하게 다뤘던 것이다.


엄청난 물량을 투입했지만 외관치장에만 주력한 듯한 인상이 아쉽다.


이 작품은 지난5월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고 7월에는 할리우드필름페스티벌에서 "올해의 영화"로 선정됐다.


키드먼과 맥그리거는 이 페스티벌에서 "올해의 남녀배우상"을 각각 받았다.


26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