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영화가 지난 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뒤늦게나마 세계 영화계의 흐름에 편입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있다. 젊은 북한영화전문가인 이명자씨가 최근 발표한 논문 에 따르면 이같은 북한영화의 변화는 촬영기법, 편집 등 영화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인공의 감정을 강조, 관객의 동화(同化)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를 갖는 줌(zoom)과 클로즈업 사용이 자제되고 있는 것은 영화의 가장 큰 목적을 '선전선동'으로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매우 획기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북한영화에서의 줌과 클로즈업 사용 자제는 98년에 제작된 시리즈제 44부(카프작가편)에서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이 영화에서는 92년에 발표된 시리즈 제1부(최현덕편)에 비해서는 거의 비교조차 할수 없이 적게 나타나고 있다고 이명자씨는 분석했다. 이씨는 순수하게 영화적인 측면에서 줌과 클로즈업 사용이 자제되고 있는 것은 ▲촬영의 간편함과 비용절감 효과 ▲인위성과 단조로음의 탈피를 통한 화면의 시각적 다양함 및 영화의 흥미추구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90년대 후반 이후 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것도 북한영화계의 중요한 변화의 하나로 제시됐다. 라는 것은 가족 혹은 가정생활을 소재로 사회문제를 취급하는 영화를 말하고 있다. 이명자씨에 따르면 북한의 는 세대간의 갈등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언제나 아버지는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즉 "아버지는 혁명세대를 대표하고 새 세대는 이기주의에 물든 부정적인 세대로,또는 부정적인 30-40대와 긍정적인 20대를 아버지가 중재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이같은 영화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것에 대해 이명자씨는 "국가의 축도로서 가족의 행복을 낙관적으로 그려서 사회주의 아래에서 인민들의 행복을 강조하려는 체제 선전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명자씨는 이 논문에서 결론적으로 줌 사용자제로 대변되는 촬영기법의 변화와 많은 의 제작은 "아직은 당의 정치적 목적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의 수동적인 변화이지만 사회적으로 주석제 폐지와 더불어 유일전통으로 귀속되던 것을다양한 전통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열린 사회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이명자씨의 이 논문은 이제까지 북한영화를 연구한 논문 저술등이 표피적이 고비분석적이었던 비해 문제제기 및 분석적 개념의 설정 등의 측면에서 매우 가치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일연구원 서재진 선임연구위원도 이 논문에 대해 "북한의 현 시대상황을 수동적 혁명의 개념으로 포착하고 이 개념으로 영화제작기법의 변화와 사회의 흐름을 읽어낸 것은 새롭고 흥미로운 접근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척호기자 chchoi0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