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독스러움의 대명사처럼 돼 버렸지만 당시 아들만 바라고 사는 궁중 여인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SBS 월화드라마 「여인천하」(밤9시55분)에서 정난정(강수연)과 문정왕후(전인화)와 맞서다 결국 사약을 받는 경빈 박씨 역의 도지원(35)은 극중 인물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한다.


「여인천하」를 보는 시청자들은 '도지원' 하면 눈을 치켜뜨며 '뭬야'라고 내뱉는 모습부터 떠올린다.


"명을 달리할 때까지 미운 표정을 짓고 미운 행동을 해야 하지만 끝까지 '악역'답게 연기를 잘 해야겠지요."


당초 약 50회로 예정됐던 드라마에서 '악녀'인 경빈은 중간 쯤 빠지는 것으로 설정돼 있었지만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에 힘입어 70회를 넘겼고 경빈도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경빈이 빠지면 드라마 시청률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


이 점은 김재형 감독도 동의한다.


"빨리 빼면 뺄수록 나만 손핸데..."라고 곁에서 거든다.


도지원은 자신이 연기를 잘 한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여인천하」덕에 '연기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한다.


"연기자로서 이쁜 모습보다는 경빈의 표독스러움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데 치중하다보니 좋은 평을 받게된 것 같아요. 시청자들의 격려로 연기자 생활을 새로 시작하는 것 같고 한편으로는 어떤 연기도 이제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에는 소극적이고 너무 말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궁중 암투의 주인공 역할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많이 하다보니 성격도 적극적으로변한 것 같다며 활짝 웃는다.


사극의 묘미를 처음 느낀 것은 92년 MBC「일출봉」에 출연했을 때이지만 「여인천하」에서는 그때 와는 또다른 묘미를 느낀다고.


요즘 살이 좀 쪄야겠다는 생각에돼지삼겹살을 자주 먹는 것도 사극에 계속 출연하고 싶어서다.


국립발레단 단원으로서 발레리나를 꿈꾸던 시절에는 몸이 마른 것이 좋았지만사극에 출연하려면 좀 통통한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김재형 PD가 "왜 자꾸 말라"하며 살 좀 찌라고 말한 것도 자극제가 됐다.


사실 도지원이 사극에 출연하게 된 것은 김 PD의 '강권'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고맙게 생각한단다.


연기의 묘미도 알게 됐고 인기도 얻었다.


이 드라마가 끝날때까지는 경빈 박씨의 역할에 충실하겠지만 다음에는 좀 부드러운 역할을 맡고 싶다고.


경빈은 아들 복성군을 왕위에 앉히려는 속셈으로 문정왕후와 '전략적 제휴'를 꾀하지만 한 차례 궁에서 쫓겨났다 복귀한 문정왕후는 매몰차게 경빈 박씨를 내친다.


난정의 꾐에 빠져 세자를 음해하려 했다는 죄명으로 사약을 받는다.


12월초쯤이야기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