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신과 하반신이 마비돼 입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구필화가 박종관(43)씨가 첫 개인전을 갖는다. 박씨는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관훈동 경인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등 유화 30여점을 내놓는다. 전시작은 10호에서 60호 크기로 한국적 아름다움을 순수ㆍ담백하게 묘사했다. 이번 작품전은 전신마비 후 15년만에 자신의 예술세계를 일반에 선보이는 자리여서 작가 개인적으로 매우 가슴벅차다. 박씨가 전신마비된 것은 1986년. 이라크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그는 불의의 사고로 목이 다쳐 그 아래 부분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처지에 빠졌다. 약 3년간 병원신세를 진 뒤 퇴원했으나 천장만 바라보며 사는 생활은 절망 그 자체였다. 이런 그에게 희망의 불꽃을 지펴준 것은 1992년 무렵. 한 방송사가 소개한 구족화가들의 모습을 보며 재활 의지를 다졌다. 초등학교 시절에 그림을 곧잘 그려 여러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던 그는 입으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씨는 거동이 불편했던 터라 외부 도움은 전혀 받지 못한 채 독학으로 붓과 캔버스를 마주하며 시간과 싸웠다. 이런 그에게 큰 힘이 돼 준 것은 5년 전 결혼한 아내 이순덕씨와 세계구족화가협회였다. 아내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휠체어 등 생활 하나하나를 챙겼고, 입이나 발로 작품활동을 하는 구족화가협회 회원들은 동병상련의 연대감과 재활의지를 심어 주었다. 구족화가협회에 가입한 한국인 회원은 20여명으로, 이들은 해마다 한 차례씩 단체전을 갖고 있다. 이번 전시작은 인물화와 풍경화, 정물화가 대부분. 수묵을 이용한 누드 크로키도 몇 점 선보인다. 그는 이들 작품으로 꽃의 아름다움과 잊혀져 가는 한국적 정서를 표현해 냈다. 박씨는 "바로 코앞에 유화 물감이 놓여 있어 기름 냄새 때문에 고생을 하고,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욕창으로 시달리기도 한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02-733-4448.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