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카라라에서 10년동안 작업하다 귀국한 조각가 박용남씨가 8일부터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족발,바람빠진 풍선,레고게임완구,파,단추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대리석으로 재현한 "파","누드 김밥"등 30여점을 출품한다. 홍익대대학원과 이탈리아 국립카라라아카데미에서 조각을 전공한 박씨는 대리석이라는 전통적 조각재료를 고수하면서도 재현하는 대상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관습적인 틀을 비꼬는 작업을 해 온 작가다. 그가 대리석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빈 용기에 들러붙은 라면가락,아이들이 놀다 팽개친 레고놀이기구,단추,돼지족발,바람빠진 풍선 등이다. 그렇게 남겨진 것,기능을 상실한 것,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것들을 대리석으로 영구 보존하는 게 작가의 관심사다. 어떤 면에선 조각의 대상으로는 '의미 없어 보이는' 사물들을 작가가 재현해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평론가 박영택씨(경기대교수)는 "모든 조각은 실재의 껍질을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작가는 그 허구와 환영을 더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하잘것 없는 사물들을 대리석으로 조각해 영원한 삶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조각의 통상적 아름다움에 길들여진 시선에 야유를 보내고 관습적인 틀을 조롱하는 항거의 제스처가 담겨있는 셈이다. 18일까지. (02)529-7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