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홀」= 닉 햄 감독. 오랫동안 지하 벙커에 갇혀있던 네 명의 10대 아이들 중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한 명을 중심으로 사건의내막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공포물. 영국 최고의 사립학교에 다니는 리즈(도라 버치)는 그녀의 단짝 친구인 제프와프랭키, 그리고 자기가 짝사랑하는 마이크와 함께 지하벙커 속에서 파티를 열다가 그만 문이 잠겨 벙커 속에 갇히고 만다. 그 후 18일 뒤 리즈만 살아 돌아오고 나머지는 참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도대체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리즈의 증언에 따라 허구와 사실을 재현해낸 감독의 연출 솜씨와 치밀한 시나리오가 돋보인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케빈 스페이시의 딸로 열연한 도라 버치의 `악녀' 연기가 볼거리. ▲「자살관광버스」= 빚더미에 눌려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린 12명이 모여 보험금을 타기위해 자살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의 일본 코미디 영화. 「하나비」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 밑에서 11년 동안 조감독 생활을 했던 시미즈히로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정신병원에 있는 삼촌 대신 아무 것도 모른 채 진짜 해돋이 관광을 즐기기 위해 탑승한 여대생 한 명 때문에 12명의 자살여행단은 뜻하지않는 일들을 겪게 되는데... 기발한 상황과 독특한 캐릭터가 웃음을 주면서도삶에 대한 통찰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비평가상과 로카르노영화제특별상 등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두루 상을 받았다. ▲「늑대의 후예들」=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강스 감독. 정체 모를 야수의 출몰을 둘러싼 종교 집단의 음모를 다룬 영화로, 실화가 토대가 됐다.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장대한 스케일과 감각적인 영상, 사실적인 액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프랑스 영화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관을 바꿔줄 듯. 1766년 프랑스 남부의 한 산악지대에 야수가 출몰해 여자와 어린이들만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왕은 프롱삭 기사 일행을 그 지방에 보낸다. 마을 사람들은 늑대의 짓으로 여기지만, 프롱삭 기사는 늑대보다는 큰 다른 짐승일 것이라 추측한다. 캐스팅이 화려하다. 「토틀 웨스턴」의 사무엘 르비앙과 세계적인 미모의 여배우모니카 벨루치, 99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에밀리 드켄, 뱅상카셀이 그 면면. ▲「지옥의 묵시록:리덕스」= 코폴라 감독이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공포가 빚어내는 인간의 광기를 다뤘던 79년작「지옥의 묵시록」을 6개월에 걸친 대공사끝에 196분짜리로 재완성했다. 윌러드 일행이 킬고어 대령의 서핑보드를 훔치는 장면과 프랑스인 농장에 들르는 대목, 위문공연에 나선 바니걸들에게 헬리콥터의 연료를 주는 대신 섹스를 벌이는 장면 등 전 편에서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대폭 추가돼 영화를 이해하기가 한결 쉬워졌다는 평가다. 권태에 지친 정보장교 윌러드 대위(마틴 쉰)가 캄보디아에서 전제 군주로 군림하고 있는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을 제거하라는 특명을 수행하기 위해 강을 따라 베트남을 종단하며 여러 가지 사건을 겪는다는 줄거리는 전편과 같다. ▲「리틀청」= 홍콩 프루트 챈 감독. 「메이드 인 홍콩」「그 해 불꽃놀이는유난히 화려했다」에 이은 홍콩 반환 3부작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이다.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배달일을 도와주는 아홉 살 소년 `리틀 청'의 삶을 통해 불법 이민과 매춘, 갱조직의 뒷골목 등 1997년 홍콩의 모습을 거침없이 담아냈다. `리틀 청'을 연기한 유 유에밍 등 비전문 배우들이 펼치는 신선한 연기가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아이러브유」= 문희융 감독.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멜로물. 다큐멘터리 작가인 현수(김남주)는 응급실에서 죽어가는 한 여자(유진)를 카메라에 담다가 그 곳에서 그녀의 연인이자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인 지후(오지호)를 만난다. 이 후 현수는 자신과 결혼을 약속한 진성(이서진)과 유진, 지후 사이에 얽힌 엇갈린 사랑의 비극을 알게 된다. 깔끔한 영상이 인상적이지만 김남주, 오지호, 서린, 이서진 등 배우들의 밋밋한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 부족 등으로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진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