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밭에서 막 뽑아낸 파, 말랑말랑한 물풍선, 탐스럽게 여문 피망.... 조각가 박용남(38)씨는 대리석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술사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딱딱한 돌덩이가 부드러운 생명체로 다시 태어난다. 8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리는 그의 네번째 국내전. 이탈리아에서 수업한 박씨는 이번 개인전에 등 최근작25점을 내놓는다. 그는 익숙한 일상의 사물을 대리석으로 재현해 왔다. 김밥, 족발, 사발면, 풍선, 도장, 케이크, 레고게임 완구, 단추, 소파 등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소재로 작품을 탄생시키고 있다. 돌조각으로 바라본 일상의 풍경이랄까. 박씨는 돌에서 형상을 끄집어내는 작가다. 각기 다른 재질과 색채의 대리석을 예의 주시한 뒤 그 돌이 숨기고 있는 사물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테면 돌과의 숨바꼭질인 셈이다. 이런 예술관은 머리로 관념의 세계를 그려낸 뒤 이를 형상화해 가는 작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미술비평가 박영택씨는 "그의 상상력과 감성은 길들여진 시선에 보내는 야유"라면서 "이는 한국 조각의 고정관념에 보내는 항거의 표시"라고 말한다. 홍익대와 이탈리아 국립 카라라 아카데미에서 조소를 공부한 그는 지난해 페루리마에서 열린 국제조각심포지엄에서 석조부문 2등상을 받은 바 있다. ☎ 529-7575.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