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와 충무로는 물론 여의도까지 넘나드는 전방위 재주꾼 장진(30) 감독이 세번째 영화 연출작을 내놓았다.


12일 선을 보일 「킬러들의 수다」는 신현준ㆍ신하균ㆍ정재영ㆍ원빈 등 `남성 4인조 킬러'를 내세운 블랙 코미디.


제목 그대로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청부업자들의 이야기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할 때 사람들은 법이나 경찰보다 킬러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우리 현실 속에서 이러한 인물들은 존재하지 않지요. 어차피 블랙코미디란 허구의 세계를 통해 현실을 풍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킬러들의 수다」는 사회풍자극으로 보기에는 현실감이 너무 떨어지고 반대로 아무 생각없이 실컷 웃으려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에게는 묵직하게 느껴지지만 그런점이 바로 `장진표 코미디'의 매력이다.


장감독은 「킬러들의 수다」를 전작인 「기막힌 사내들」이나 「간첩 리철진」의 연장선상에 놓았다.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할 킬러가 `억세게 운이 없는 도둑'이나`남파 첫날 택시강도를 당하는 간첩'처럼 어리숭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기본 설정에다가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양념으로 버무려놓았다.


킬러가 어리숭하다는 것과 인간적이라는 것은 각각 폭소를 자아내고 공감을 던지는 장치로 작동한다.


"킬러나 간첩이 「레옹」의 장 르노나 「쉬리」의 최민식처럼 전형적인 것도 재미를 주겠지만 제가 잘 만들 수 있는 쪽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잘 모르는 일은부담스러워 못하겠더라구요. 영화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할 때 대사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도 스스로 자신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지요."


장진 감독은 「허탕」「택시 드리벌」 「매직 타임」「박수칠 때 떠나라」 등 손을 대는 연극마다 흥행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대학로 최고의 히트메이커로 떠올랐지만 충무로에서는 아직 유망주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전작과 견주어 출연진의 면면도 더욱 화려해졌고 화면도 한층 스펙타클해져 흥행감독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제작과 배급을 맡은 시네마서비스는 주연배우 4인방의 스타성에 크게 기대를 거는 눈치다.


"영화계에서는 아직 신인에 불과하고 나이도 많지 않은 제가 스타급 배우들을 `요리'하려니 겁이 났습니다. 정재영과 신하균은 여러 작품에서 저와 동고동락했지만 신현준과 원빈은 보기보다 숫기가 없어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기도 했지요. 다행히 촬영에 들어가자마자 모두 의기투합해 저를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신현준은 배역에 맞도록 일본에까지 건너가 헤어스타일을 다듬고 왔을 정도로 열의를 보였지요. 이번작품이 관객에게 분에 넘치는 박수를 받는다면 대부분 주연배우들의 팀워크 덕분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