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환경스페셜」은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10월3일 100회 특집을 통해 까치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면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제작진은 이 특집을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올 3월부터 최근까지 6개월 동안 남원의 한 배밭 일대에서 까치들이 배를 기피하게 만드는 실험을 진행, 까치와 더불어사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 실험의 핵심은 '조건적 미각기피 행동'(CTA)이라고 부르는 동물들의 습성을 이용한 것으로 까치에게 이물질이 든 배 조각을 먹여 구토를 하게 만듦으로써 까치들이 더이상 배를 먹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동물의 CTA 습성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54년이지만 국내에서 이 실험이 성공한 것은 이번「환경스페셜」이 처음이라고 제작진은 밝혔다. 실험은 3단계로 나눠 진행됐다. 1단계로 까치로 하여금 실험팀이 접시에 담아주는 먹이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2단계로 배 조각을 함께 넣어 까치를 유인한 뒤 3단계로 까치가 먹으면 가벼운 구토와 배탈을 일으키는 약품을 배 조각 속에 넣어 CTA를 유발시켰다. 약품을 넣은 배 조각을 먹은 까치는 실제로 머리를 흔들며 배 조각들을 토해냈고 나중에는 배 조각을 보고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이 실험을 주관한 이한수 에코택 환경생태연구소 소장은 배는 까치에게 주 먹이가 아닌 보조먹이여서 CTA 를 이용해 더이상 배를 먹지 않도록 만들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까치는 또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텃세권을 갖고 있어 CTA 실험을 거치지 않은다른 곳의 까치들이 날아와 과수원을 망치는 일은 없다는 것. 실제로 CTA 습성을 보인 까치들이 다른 까치의 칩입을 막기 위해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이 포착됐다. CTA 실험이 진행된 과수원에서는 까치로 인한 피해면적이 1.1%로 전라도 일대 다른 과수원 평균 피해율 4.4%보다 훨씬 적었다. 매년 한 차례 CTA 유발실험을 실시하면 그 해는 큰 피해 없이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실험 도중 함께 새끼를 키우던 수놈 까치가 총에 맞아 죽자 암놈 까치가 새끼와 둥지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고 이들이 차지했던 영역에 다른 까치들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과 전문가들은 총으로 쏘거나 둥지를 없애는 식의 대증요법으로는 까치의 내성만 길러줄 뿐이라면서 까치의 텃세권과 천적 또는 CTA를 이용한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까치를 잡기 위해 동원되는 인력이나 장비로 인한 손실은 물론 납탄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장기적으로 큰 재앙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또 원래 과일을 좋아하지 않던 까치가 배나 사과 등을 탐하게 된 것은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까치들이 즐겨 먹는 각종 벌레들이 농약으로 사라지고 벌레가 서식하는 땅이 비닐하우스로 덮이거나 아파트 건설 부지로 변해버려 까치들의 먹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