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마샬 감독은 성인판 신데렐라이야기 "귀여운 여인"을 통해 스타감독으로 떠올랐다. 그가 이번에는 여고생을 위한 신데렐라스토리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연출했다. 이 작품은 하층민 여성이 귀족으로 탈바꿈하는 내용의 "마이 페어 레이디"와 볼세비키혁명의 와중에서 살아남은 러시아공주가 후일 신분을 극적으로 드러냈던 "아나스타샤"를 합친 듯한 로맨틱 코미디.홀어머니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여고생 미아(앤 헤더웨이)가 유럽의 소국 제노비아의 공주가 된다는 내용이다. 미아는 두꺼운 뿔테 안경,부스스한 머리에다 항상 긴 양말을 착용하는 볼품없는 학생이다. 남들 앞에 서면 심하게 수줍음을 탄다. "평생 남들의 눈에 띄지 않고 사는게 소원"이라는 그녀는 공주의 자질은 전혀 갖추지 못한듯하다. 그러나 할머니이자 여왕인 레날디(줄리 앤드루스)로부터 자신이 소국을 이끌어갈 유일한 공주임을 알게 되고 왕실수업을 받는다. 미아는 공주가 될 것인지,평범한 소시민으로 살 것인지를 놓고 고민한다. "공주수업"으로 미아의 외모와 몸가짐은 완전히 바뀐다. 신분변화의 과정에서 참사랑을 판별하는 법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공주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순수함이란 메시지를 전한다. 그녀는 환경이 바뀌어도 순수한 내면을 그대로 지켜가는 것 이야말로 진정한 용기임을 일깨워준다. 장편영화에 첫 데뷔한 헤더웨이가 지나친 의욕 탓으로 과잉연기를 하는게 흠으로 지적된다. 뮤지컬영화의 고전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가정교사역을 맡았던 줄리 앤드류스는 기품있지만 지나치게 엄숙하지 않고,우아하지만 위엄을 갖춘 여왕역을 잘 소화해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