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신평동 보문단지에 있는 아트선재미술관이 서양화가 윤형근(73) 씨와 조각가 심문섭(59) 씨를 초대해 개관 10주년 기념전을 갖고 있다. 이들은 지난 21일부터 12월 25일까지 계속되는 전시회에 (윤형근), (심문섭) 등의 작품을 각기 선보여 한국 현대미술의 입구와 출구를 더듬어 보려 했다. 이번 기념전은 심씨가 본관 제1전시실에 조각을 전시하고, 윤씨가 본관 제2, 3전시실에 회화를 내거는 개인전 형식으로 꾸며졌다. 현대미술의 일면을 대표하는 이들 선후배 작품으로 한국미술의 풍요성과 국제성의 비결을 동시에 찾고자 했다. 고 김환기의 제자이자 사위인 윤씨는 앵포르멜에서 출발해 전통의 현대화를 추구해왔다. 캔버스에 오일페인트를 사용하지만 시간성이 느껴지는 색면과 고요한 여백의 미로 수묵화 분위기를 살려내려 한 것. 홍익대 미대 서양화과를 나온 그는 경원대 총장을 역임했다. 심씨는 서울대에서 조각을 공부한 뒤 중앙대 조소과 교수로 일하는 중진작가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미술의 형식과 본질에 대해 치열한 물음을 던졌던 그는 나무와돌, 쇠와 흙 등 자연 재료로 전시공간을 꾸민다. 음양오행사상과 상생의 원리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한편 미술관 제2전시관에서는 독일의 폴클링엔 제철소와 한국의 경주를 연결하는 '같은 그리고 다른'전(21-10월 17일)이 함께 열려 관람의 기쁨을 더해준다. 아트선재미술관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 정희자 씨가 개인 소장품을 기반으로 1991년 설립했다. 미국 유학중 교통사고로 숨진 장남 김선재 씨를 기린다는 취지에서였다. 이 미술관은 천년 고도의 숨결이 느껴지는 경주에 마련된 첫 사설현대미술관이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관심을 모았다. 옛 문화유산과 현대미술의 조화를 꾀하는 보기 드문 전시공간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