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노벰버"는 매달 남자를 바꿔가며 사귀는 여자와 일밖에 모르는 일중독자와의 운명적 사랑을 그린 영화다. 독특한 캐릭터들로 인해서인지 견강부회(牽强附會)적인 상황으로 시작되지만 이내 전형적 로맨틱 드라마의 궤도로 진입한다. "매트릭스"의 영웅 커누 리브스가 "데블즈 애드버킷"에서 함께 열연한 샤를리즈 테런과 공연한다. 작품배경인 샌프란시스코의 가을 풍광이 눈부시다. 아름다운 언덕길과 잘 조화된 건물들,가을햇살이 드리운 바다는 샌프란시스코가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은 도시중의 하나임을 실감케 한다. 광고회사 간부 넬슨 모스(커누 리브스)는 "자유로운 영혼" 새러 디버(샤를리즈 테런)로부터 "11월의 연인"이 돼 줄 것을 제안받는다. 마침 상사와의 충돌로 해고된 모스는 곡절끝에 디버와의 장난같은 동거를 시작한다. 모스의 성격변화가 영화 전개의 핵심이다. 여자친구와 섹스하는 도중 알람시게가 울리자 즉각 움직임을 중단하고 업무로 복귀하거나 "시간=돈"을 신조로 받들다가 사랑을 위해 성공의 기회를 포기한다. 모스역의 커누 리브스는 전작들에서의 굳은 표정을 상당히 누그러뜨렸지만 안면 근육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68년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지만 원작의 마지막 30분간 극적 긴장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평.아일랜드 출신의 감독 팻 오코너는 배우들의 유명세에 끌려다닌 나머지 자기색깔을 잃고 말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