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공장' 할리우드의 장인들은 관객의 꿈을 채워주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 심지어 부모를 팔아먹거나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낸다. 그들의 속셈이 관객의 꿈을 채워줌으로써 부와 명예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28일 개봉될 「아메리칸 스윗하트」(원제 America's Sweethearts)는 할리우드를 무대로 인기와 흥행에 목을 매다는 스타와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 화려함 뒤에 감춰진 은막의 이면을 과감히 들춰보이는 제작진의 상혼과 용기가 놀랍다. 그웬(캐서린 제타존스)과 에디(존 쿠삭)는 `미국의 연인'이라는 제목처럼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커플. 이들은 만인의 축복 속에 결혼에 골인하지만 그웬이 스페인계 배우와 스캔들을 빚자 격분한 에디가 오토바이를 탄 채 아내의 데이트 현장으로 뛰어드는 사고를 일으킨다. 그웬과 에디 커플이 마지막으로 출연한 영화의 후반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영화사 사장 킹맨(스탠리 투치)은 홍보전문가 리 필립스(빌리 크리스털)를 다시 불러들여 시사회장에 두 주인공을 모셔와 달라고 부탁한다. 별거중인 이들이 기자들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흥행 보증수표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킷(Junket:제작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초청 시사회)을 위해 호텔에 온 둘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필름을 들고 나타나야 할 할 감독(크리스토퍼워큰)은 소식마저 없어 킹맨과 리의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든다. 한편 그웬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버리지 못해 나약한 모습을 보이던 에디는 갈수록 그웬의 공주병에 실망하고 그웬의 언니이자 매니저인 키키(줄리아 로버츠)의 따뜻한 심성에 이끌린다. 이 영화는 89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당시 `아메리칸 스윗하트'로 떠오른 빌리 크리스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한 기자로부터 "왜 맥 라이언과 결혼하지 않느냐"는 끈질긴 질문을 받고 스타 커플의 결혼 후 이야기를 구상했다. 20세기 폭스, 월트 디즈니 등에서 제작자로 활약하다가 11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조 로스 감독은 할리우드의 초특급 스타들을 동원해 흥미진진하고 유쾌한 영화를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운 오리 새끼'로 변신한 줄리아 로버츠와 공주병 환자 역의 캐서린 제타존스의 호연도 돋보이고 스페인식 영어발음으로 웃음을 자아낸 행크 아자리아 등 조연들의 양념연기도 연신 배꼽을 쥐게 만든다. 줄거리야 뻔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할리우드의 뒷모습을 훔쳐본다는 것. 스타는 몸값을 유지하기 위해 기자 앞에서 늘 연기를 해대고 제작자나 홍보담당자는 홍보를 위해 목숨을 건다. "에디가 자살이라도 해주면 영화가 뜰 텐데", "그러면 비디오 케이스를 관 모양으로 만들어서…"라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주고받는 리와 킹맨의 대화나 "중요한 것은 영화보다 언론이야"라는 리의 대사는 할리우드의 철두철미한 마케팅정신을 짐작케 해준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 그려진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궁금하겠지만, 다큐멘터리나 고발성 영화도 아닌 코미디 영화에서 그걸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다만 스크린 속의 허구라고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 상황 묘사가 리얼해 할리우드 영화관계자나 영화담당 기자들의 속이 불편할 만하다. 그런데 몇년 전 우리 영화계의 대표적인 치부인 대종상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강우석 감독이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까닭은 상혼이 부족하기때문일까, 용기가 모자라기 때문일까.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