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는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SBS TV가 오는 26일부터 방송하는 드라마스페셜 '신화'(극본 김영현,연출 최윤석)는 서울 청계천을 배경으로 1960년대생들의 꿈과 야망을 그린다. 김종학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이 드라마는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장영자 사기 사건,한보그룹 비자금 사건 등 60년대부터 80년대말까지 우리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사건들을 아우른다. 무게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내기 위해 이 드라마엔 개성 강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제작진은 이런 배역들을 소화해낼 연기자들을 뽑기 위해 연기력에 비중을 두고 캐스팅했다. 꿈과 야망을 향해 70∼80년대를 헤쳐나가는 젊은이들 역은 김태우 김지수 박정철 등이 맡았고 고두심 백일섭 등 베테랑 연기자들도 가세한다. 김태우가 연기하는 1세대 벤처기업가 강대웅은 엔지니어 출신의 사업가다. 어릴 적 전자제품이면 모조리 뜯어내 해부했던 인물. 한번 집중하면 며칠이고 밥도 거르는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조직생활엔 적응하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정직하고 순수하다. 김지수는 로비스트 윤서연 역을 맡아 열연한다. 서연의 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권력자로 대통령 시해와 관련돼 목숨을 잃는다. 이 때문에 서연은 헌책방 점원이 된다. 그 후 벤처기업에서 일하다가 희대의 로비스트로 변신한다. 냉혹한 야심가 최태하는 탤런트 박정철이 맡았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거쳐 건달이 된 태하는 나중엔 대기업 경영자가 된다. 한 때 사랑했던 여인 서연과 원한 관계가 돼 정치적 경제적으로 대립한다. 고두심은 경제계를 좌지우지하는 사채업자 전 사장으로 출연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태하의 후견인인 전 사장은 화려한 미소와 뛰어난 언변으로 권력의 핵심에 있는 남자들을 휘어잡는다. 70년대를 기점으로 건설업에 뛰어든다. 이 드라마에서 '청계천'은 이들이 야망의 싹을 틔우는 텃밭이다. 대웅이 대학시절 컴퓨터를 뜯어 고치며 창업의 꿈을 키우는 곳이며 태하가 전사장을 만나기 전 일하던 곳도 청계천의 한 전자부품 공장이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