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꺼풀 진 커다란 눈을 껌벅거리며 남의 말을 듣다가 느릿한 말 한마디로 좌중을 순식간에 웃겨 버리는 아나운서 유정현(34). 그가 '다소 느끼한 수영강사'로 시트콤에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SBS TV 일요시트콤 '여고시절'(일요일 오후 9시50분)에 출연중인 유정현이 엉뚱하고 코믹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있다. '여고시절'은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의 여고 모습과 현재를 배경으로 한다. 유정현이 연기하는 '정정현'은 대학시절 잘나가던 국가대표 수영선수였으나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선수생활을 접고 현재 스포츠센터의 수영강사로 일하는 인물. 대학시절엔 멋진 목소리로 여고 앞 분식점에서 DJ로 활약한 경력도 있다. "제가 전문 연기자가 아닌 점을 고려해 시청자들이 너그럽게 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상훈 PD와 함께 유정현은 대사를 고치고 그만의 특유한 몸 동작도 만들어 낸다. 유정현은 다소 '느끼하다'는 평가에 대해 "말투가 느리고 눈이 커서 그런 말을 듣는 것 같아요. 방송에 비친 모습은 제 실제 모습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와 친한 사람들은 절대로 느끼하다고 말하지 않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 아내도 저보고 상큼하고 점잖다고 칭찬해 준다"고 덧붙였다. 유정현은 지난해 10월 연세대 후배인 장지은씨와 결혼했다. 유정현은 현재 SBS TV '두 남자쇼'와 '한밤의 TV연예',SBS 파워 FM '두시탈출'(107.7㎒) 등 각종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앞으로 연기와 방송 진행 중 어떤 부분에 더 치중할 것인지 묻자 그는 "연기를 잘한다면 탤런트를 하고 싶어요.하지만 제 자신을 정확하게 살펴보면 '연기자 유정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