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대박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부터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형 한국영화들이 쏟아진다. '친구'가 한국영화 사상 가장 많은 8백18만명(8월30일 현재)의 관객을 끌어들인데 이어 '신라의 달밤'(4백38만명) '엽기적인 그녀'(4백7만명) '선물'(1백16만명) 등 올들어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제작비로 40억~80억원이 투입되는 대작 10여편이 제작 중이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통상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격전장이었던 여름철 극장가에서 한국영화가 관객을 휩쓴데 이어 이들 대작이 그 여세를 몰아갈지 주목되고 있다. 오는 7일 개봉되는 무협액션물 '무사'(제작 싸이더스)는 제작비 70억원 이상이 들어간 대작이다. 스타일리스트로 이름난 김성수 감독이 정우성 장쯔이 안성기 주진모 등 호화군단을 거느리고 중국 올로케로 찍었다. '월드스타'로 떠오른 장쯔이의 영입과 구미 영화계에서 불고 있는 오리엔탈리즘 바람에 힘입어 해외 영화제 초청이 쇄도하고 있다. 11월에는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이 개봉된다. 제작비는 40여억원. 한국전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들의 슬픈 사랑을 그린 영화로 이미연 안성기 이정재 정준호 등이 출연했다. 12월 개봉될 "화산고"(제작 싸이더스)도 순제작비만 40여억원이 투입되는 관심작이다. "매트릭스"를 방불케 하는 테크노 액션이 눈길을 끈다. 미리 공개된 홍보필름만 보고 홍콩 등지에서 수입을 타진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한창 촬영중인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제작 튜브엔터테인먼트)과 "2009 로스트 메모리스"(제작 튜브엔터테인먼트) 등도 각각 70여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작품들이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제작 태흥영화사)도 예산이 50억원 이상 들어가는 대작. 조선 후기 천재화가였던 오원 장승업의 삶을 그린 시대극이다. 인조반정의 혼돈기에 두 검객의 운명을 다룰 무협액션물인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제작 화이트 리)은 80억원이라는 한국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춘천 의암호에 한강주교 세트를 만드는 데만도 10억원이 들어갔다. 개봉은 2002년으로 예정돼 있다. 통일된 한반도를 무대로 한 SF액션 스릴러 "예스터데이"(감독 정윤수.제작 미라신코리아)도 순제작비로 40억원 가량이 투입되며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선 블록버스터화붐에 따른 획일화를 우려하기기도 하지만 결국은 한국 영화산업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