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의 팬들은 그들 우상의 돌봄이 없어도 스스로 '잘 놀고 잘 즐긴다'. 지난 92년 데뷔곡 '난 알아요'로 가요계에 랩음악 열풍을 몰고온 서태지는 90년대 신세대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의 노래를 즐기며 성장한 20대 팬들이최근 대중문화의 중심세력을 자임하며 다양한 문화운동을 벌이고 있음은 주목할만하다. 서태지 팬클럽 회원들이 주축을 이룬 '태지마니아 매체비평클럽' '대중음악판바꾸기 위원회' 등은 공중파 TV 가요순위프로 폐지운동을 벌여 최근 KBS 2TV「뮤직뱅크」의 순위 매기기 폐지를 이끌어냈다. 또 다른 팬들은 지난 4월 서태지가 일본으로 떠난 뒤 자비를 들여 서울 시내버스에 광고물을 게시해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태지 팬들이 이번엔 자발적인 공연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서태지의 팬클럽 '서사모 & 형님안에서' '프리스타일' 등은 내달 11일 오후 4시 서울 대학로 SH클럽에서 서태지 컴백 1주년 기념공연을 열기로 했다. 팬들이 스스로 여는 행사로 서태지는 출연하지 않는다. 대신 45알피엠, 피아,노마크, 프레디 하우스, 어비스, 인트로 등 인디밴드들을 초청해 공연을 벌인다. 이날 공연과 더불어 영상 상영회, 타임캡슐 만들기 등 서태지 컴백을 기념하는 행사를연다. 한편 나우누리 '서태지와 아이들 팬클럽(TNB)'과 '서태지문화 바로보기' 등은내달 5일 오후 5시 서울 홍대앞 라이브클럽 슬러거에서 「미리보는 서머소닉」 행사를 마련한다. 이 행사에는 국내 하드코어밴드 투타운, 어비스 등이 출연한다. 서태지는 내달 18-19일 일본 오사카(大阪)와 지바(千葉)에서 열리는「서머소닉2001 콘서트」에 참가할 예정. 서태지는 이 공연에서 마릴린 맨슨, 지브라헤드 등 해외 뮤지션들과 한 무대에 선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서태지 팬 500여명이 일본으로 건너갈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보는 서머소닉」 행사를 주최한 김기보씨는 "서태지와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는 인디밴드들을 좋아하는 팬들과 함께 일본에 가기전 공연 분위기를 익히려고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서태지의 수많은 팬클럽 가운데 하나가 여는 작은 행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