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여성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안에 작품을 개봉하거나 제작에 들어가는 여성감독의 수는 10여명. 한국 영화역사 80년동안 만들어진 영화 5천여편중 여성감독의 작품수가 고작 20여편(8명)에 불과한데 비하면 일종의 "사건"이다. 기성 감독들로는 임순례 이정향 이미례 감독이 나선다. 임순례 감독은 오는 10월 두번째 장편인 "와이키키 브라더스"(제작 명필름)를 개봉한다. 꿈을 잃은 삼류인생들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이 진한 감동을 남기는 작품. 98년 데뷔작 "미술관옆 동물원"으로 주목받으며 "여성감독"의 입지를 높였던 이정향 감독도 "집으로"라는 영화로 3년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말 못하는 산골 외할머니에게 맡겨진 아홉살 난 소년의 이야기로 촬영직전 직접 써둔 시나리오다. 80년대 "물망초" "수렁에서 건진 내딸" 등을 만들었던 이미례 감독은 여성 산악인들의 우정을 그린 "화이트케어"를 들고 10년만에 충무로에 컴백한다. 신인 여감독들의 "입봉"도 줄을 잇는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1기 출신인 정재은 감독은 스무살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배두나 이요원 주연의 "고양이를 부탁해"(마술피리)를 8월말쯤 관객에게 선보인다. 임순례 감독의 "세친구" "우중산책"의 조감독으로 일했던 박경희 감독도 시력을 잃어가는 여성 사진작가 이야기를 그린 "미소"(명필름 계열 이픽처스)를 제작중이다. "반칙왕" "조용한 가족"의 프로듀서로 활약한 이미연 감독은 "버스정류장"(명필름)으로, 단편감독 출신의 이수연 감독은 "사인용 식탁"으로 각각 데뷔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은 올 연말께 극영화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히 작고 소박한, 그러나 여성감독 특유의 풍부한 정서가 담길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