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영화제(12~20일)가 막을 올렸다. 앞으로의 여정에는 극영화는 물론 독특한 애니메이션들이 길목길목 기다리고 있어 애니메이션 팬들을 기쁘게 한다. 올해 앙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아버지와 딸",최근 인터넷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국내 플래시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을 비롯해 단편 애니메이션 20여편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10~20분 안팎의 단편이지만 흔치 않은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부천초이스 단편 경쟁 부문에 오른 "아버지와 딸"(감독 미카엘 두독 데 비트.영국&네덜란드)은 떠나버린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할머니가 되어버린 딸의 이야기. 대사 한마디 없이 이어지는 9분속엔 쓸쓸함과 그리움이 깊이 배어있다. 역시 단편 경쟁에서 만날 수 있는 "퇴짜"(감독 돈 헤르츠펠트.미국)는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션 되었던 작품. "가족용 채널"이라는 자막과 대치되는 신랄한 독설과 조롱이 폭소를 끌어낸다.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에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영국의 "불의발굽"과 스페인의 "호모 사피엔스"는 극영화적인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수작. "월레스와 그로밋""치킨런"으로 이름난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 출신의 리차드 골레조프스키 감독이 만든 "불의 발굽"(영국)은 루돌프의 아들인 로비가 산타 클로스의 썰매 팀에 들어가기 위해 사슴들의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줄거리다. 완성도와 재미를 동시에 잡아냈다. 3D애니메이션 "호모 사피엔스"(감독 세자라 카바나스)는 선사시대 인간들의 사냥행각을 유쾌하게 그렸다. 은근한 성적 농담도 웃음을 준다. "모기"(장-프랑소아 부렐&제롬 칼베.프랑스)와 "미스틱 요구르트"(실비 게라르.프랑스)는 귀여운 캐릭터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엽기 코믹 액션 "아치 앤 씨팍"(조범진.한국)은 인간의 똥이 유일한 에너지원인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낸 발랄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유쾌하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