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니까 서글프고 씁쓸해요. 하지만 마음은 아직도 피끓는 청년입니다" 가수 안치환(36)은 2년여만에 내놓은 7집 앨범「Good Luck」에 대해 "노래활동 13년을 돌아보며 만든 자화상같은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이른바 '386세대'로서 10살짜리 아들과 7살짜리 딸을 둔 중년의 가장이자 가수활동 13년을 맞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연세대를 졸업한 지난 88년 운동권 노래모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일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자작곡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 운동권 가요로 명성을 얻은 그는 이듬해 솔로가수로 전향해 '내가 만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히트시키며 대중적 인기를 누려 왔다. 대학재학 시절에 이미 '운동권 가수'의 대표주자였던 그는 90년대 들어 대중가수로 나서면서 운동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90년대 들어 동유럽 사회주의 몰락과 이념붕괴, 운동권의 위축 등을 보며 가수로 살아남기가 버거웠습니다. 지난 93년 발표한 3집 「고백」에서 '노래는 나의 꿈'이라고 노래했는데 현실에서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더군요" 새 앨범 수록곡 '13년만의 고백'은 3집에 실린 '고백'의 후속곡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3년간의 노래활동을 돌아볼 때 유행과 돈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리며 자신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와 공허감을 담았다. 그러나 이를 자각하는 순간 노래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 그는 "새 앨범은 개인적 자화상이자 386 세대를 위한 노래를 중심으로 엮었다"고 말했다. 자작곡 '위하여'는 80년대의 상징이던 저항과 낭만의 문화를 잃고 살아가는 386세대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권주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일상에 매몰돼 가는 친구들에게 "청춘의 꽃이 시들어 간다. 우리의 남은 인생을 위하여 잔을 들자"고 외친다.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는 5집 수록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쓴 시인 정지원의 시에 그가 곡을 붙였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중심을 향해 흘러간다'는 내용의 이 노래는 중심을 잃고 어긋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세상에 대한 냉소를 버리고 작은 하늘이나마 내것으로 껴안고 살 수 있기를 바란 '우물안 개구리', '꿈꾸지 않는 나를 견딜 수 없다'며 침체된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을 힘있는 록사운드에 담은 '슬럼프' 등은 일상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그의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곡들이다. 새 앨범에는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곡들도 적지 않다. '매향리의 봄'은주한미군 사격장 문제를 80년대 민중가요풍으로 불렀다. 매향리는 안치환이 나고 자란 고향이기도 하다. '동행'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듣고 즉석에서 만든 곡으로 '꼭 잡은 손을 다시 놓지 말라'고 노래했다. 운동권 출신답게 그의 현실비판의식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는 "진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신문은 구독을 거부해야 한다"면서 "국내 언론의 추악한 면을비판하는 노래를 한 곡쯤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예인들이 최근 MBC TV 출연거부를 선언한 데 대해서는 "딴 동네 이야기같다"면서 "출연거부의 긍정적 측면이 있겠지만 방송 의존도가 높은 가수들은 머지않아 TV프로에 출연시켜 달라고 다시 부탁해야 할 텐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19-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라이브 무대를 가진다. ☎ 3272-2334.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