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중국 명.청.근대기의 서화 진작.위작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전시회 이름은 "명작과 가짜명작"전.가짜그림과 진짜그림이 거의 똑같고 전문가조차 진.위 여부를 쉽게 알지 못한다면 가짜그림도 보존 가치가 높은 "명작"일 수 있다는 중국인 특유의 시각이 엿보이는 전시회다. 이번 전시에는 랴오닝성 박물관 소장품인 구영의 '적벽도',석도의 '고목수음도' 등 중국의 1급 국보 등 80점의 작품이 나온다. 이중 진작과 위작이 각각 40점이다. 작품이 전시되는 작가는 명나라의 문징명 구영 동기창 남영,청나라의 왕감 왕원기 석도 팔대산인 황신,그리고 근대기의 임백년 고검부 제백석 장대천 등 중국 회화사의 거장들이다. 이번 서울전은 지난해 2월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에 이어 두번째 해외전. 중국 정부는 1983년부터 8년에 걸쳐 전국 2백2개 박물관을 대상으로 20만여점에 대한 서화 감정작업을 벌여 24권 분량의 '중국 고서화 도목'을 내놓아 진위를 가려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작은 판명되자마자 폐기처분되나 중국에서는 명작 못지않은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이동천 중국 선양(瀋陽) 공업대 교수는 "경매에서 거래되는 서화의 절반 가량은 위작"이라며 "가짜 그림이 2급 국보로 지정될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짜만 수집하는 소장가도 많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진짜와 가짜 그림을 나란히 걸어놓고 진위 여부를 가리는 설명도 곁들이지만 전문가들도 필치나 기법의 차이점을 식별하기 힘들 정도. 진위 논쟁이 일 때마다 명쾌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국내 고미술계에 이번 전시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02)580-1514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