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개봉작에 초점을 맞추는 공중파 TV의 영화정보 프로그램들이 영화의 줄거리와 주요 장면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다룸으로써대중의 영화감상 재미의 김을 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24일 MBC「출발, 비디오여행」(매주 일요일 낮 12시 10분)과 SBS「접속, 무비월드」(//)는 약속이나 한 듯이 29일 개봉을 앞둔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할리우드 블록버스터「툼레이더」를 소개했다. 「툼레이더」에 할애된 시간은 약 25분간. 이 정도의 시간이면 전반적인 스토리는 물론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주요 장면들이 모두 전파를 탔다고 볼 수 있다. 또 한국영화로 차별화를 선언하며 지난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영화 그리고 팝콘」(매주 일요일 오전 8시 50분)도 사정은 마찬가지. 영화제작과정을 소개하는 '메이킹리포트'코너에서「툼레이더」를 장시간에 걸쳐 소개했다. 지난 23일 개봉해, 최근 극장가에 새로운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김상진 감독의 한국영화「신라의 달밤」도 이들 프로에서 낱낱이 `해부'됐다. 이 영화는 개봉을 앞두고 이미 여러차례 소개됐음에도 불구하고,「접속,무비월드」는 다시 '박대박'코너에서「키핑더페이스」라는 외국영화와 비교, 감상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며,「영화 그리고 팝콘」또한 '핫필름'이라는 코너에서 이 영화의 주요 장면을 보여줬다. `맛보기' 수준의 영화정보 서비스가 아니라 기본 줄거리는 물론 코믹한 장면,갑작스러운 반전 등 영화의 키포인트를 모두 짚어주었기 때문에 이들 프로를 시청한영화애호가 입장에서는 자연 극장안에서 펼쳐지는 주요 장면들에 큰 감흥을 받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은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경쟁을 의식해 시청자의 눈길을 손쉽게 끌만한 개봉작 위주로 코너를 꾸미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영화 그리고 팝콘」이 처음 방영 당시에는 '씨네플러스', '영화인' 등의 코너를 통해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 영화계 전반에 대한 비판적이고 진지한 시각을 보여주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영화정보프로그램들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4일 방송에서 「영화 그리고 팝콘」의 MC를 맡고있던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갑작스럽게 사퇴의사를 밝힌 것도 이에 대한 아쉬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일부영화인들은 해석하고 있다. 문성근씨는 "사퇴이유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영화 그리고 팝콘」이 최초의 기획의도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후임MC는「도전, 골든벨」등을 진행했던 KBS 김홍성 아나운서가맡는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혜준 정책연구실장은 "공중파 방송사들이 시청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지나치게 신작영화의 소개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것 같다"며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걸작 및 고전들을 소개하거나, 영화계의일반적인 관행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영화계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