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뜬후 망연해 있는 중년의 주부 그레이스에게 빚독촉이 날아든다. 남편이 몰래 얻었던 빚때문에 집마저 날릴 판. 고민고민하던 그레이스는 화초를 가꾸는 장기를 살려 대마초를 재배해 빚을 갚기로 한다. 영국 코미디 "오!그레이스"(Saving Grace.23일 개봉)는 착하고 순진한 아줌마가 대마초를 키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동이 축이다. 기발한 이야기 전개와 아기자기하고 재치있는 유머가 돋보이는 영화. 이야기도 촘촘하지만 중년 여배우 브렌다 블란신의 열연은 눈부시다. 마이크 리 감독의 "비밀과 거짓말"로 96년 칸느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한 연기파 여배우인 그는 연륜만이 줄 수 있는 맛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작달막한 체구에 허리가 한아름인 "그레이스 아줌마"를 도저히 사랑하지 않곤 못 배기게 만든다. 삶에 대한 낙천적인 시선이 호평받으면서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와 뮌헨영화제에서 관객상을 휩쓸었다. 근래 만나기 힘들었던 몹시도 흐뭇한 기분좋은 영화. 연극,TV드라마 연출가로 활약했던 영국출신의 신예 나이젤 콜의 감독 데뷔작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