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둘러싼 음모와 계략,그뒤에 도사린 미모의 여인. 피비린내 나는 혈투,뒤집히는 사건의 진상. "레인디어 게임"(Reindeer Game.감독 존 프랑켄하이머)은 전형적인 액션스릴러 구조를 갖춘 영화다. 자동차 절도범 루디(벤 애플렉)는 감방동료 닉(제임스 프레인)이 편지로 사랑을 주고받았던 펜팔연인 애슐리(샤를리즈 테론)를 사랑하게 된다. 출소직전 우연히 닉이 살해되자 그는 닉행세를 하며 애슐리를 만난다. 하지만 꿈같은 사랑도 잠시,잔인하기 그지없는 갱단 두목인 애슐리의 오빠 가브리엘(게리 시니즈)이 나타나면서 루디의 운명은 꼬이기 시작한다. 그를 "닉"으로 알고 있는 가브리엘은 그를 협박해 닉이 일했던 카지노를 털기로 하고 루디는 그때부터 배신과 음모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만주인 포로""블랙 선데이"같은 화제작들을 내놓으며 한때 거장으로 대접받았던 프랑켄하이머 감독은 80년대 후반부터 범작들만을 내놓아 실망을 안겼다. "레인디어..."는 서스펜스 스릴러에 장기를 보여온 감독이 본령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 있지만 역시 만족스럽진 못하다. 리얼한 액션과 매끈한 만듦새가 돋보이지만 지나치게 반전에 집착한 영화는 우연성의 남발과 놀랍지 않은 뒤집기로 지루함을 안긴다. 벤 애플렉,샤를리즈 테론,게리 시니즈라는 화려한 캐스팅도 영화를 구원하기엔 역부족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